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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기 철마타고 달려본 시베리아 추억 - (25) 여행기 종합<요약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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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RGO 작성일 2016-08-01 15:24 댓글 0건 조회 82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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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마타고 달려본 시베리아 추억 - (25) 여행기 종합<요약본>

<사진 설명>

1. 상 ; 모스크바 역앞 광장에서 단체로~
          좌측첫번째 ; 김 명기, 최 문규, 이하 생략.

2. 하 ; 시베리아횡단 대장정도
         인천공항 - 블라디보스톡 - 이르쿠츠크 - 예카데린부르크 -
         모스크바 - 상트페테르부르크 - 인천공항



□ 70대 중후반 수퍼 시니어들의

                    좌충우돌 시베리아 횡단기

이 세상 어느 대륙을 종단하는 것 보다 긴 시베리아 대륙을 ‘극동 블라디보스톡에서 시작하여 모스크바를 거쳐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지구둘레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만여 킬로미터 이상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철마로 횡단한다는 것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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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 광활한 시베리아 대륙을 철마타고 횡단하기 위하여 연초부터 뜻있는 몇몇 지인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었다.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지금 아니면 언제 하겠느냐”는 식으로 하루하루 안락함의 쳇바퀴를 벗어버리고 누구도 종주해 보지 않은 시베리아로 모험 여행을 떠나 보자고 마음을 모았다.


그 후 약 6개월의 준비 끝에 6월 15일부터 6월 30일까지 16일간 가이드 없이
배낭하나 달랑 메고 시베리아 횡단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

 

여행 전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꼼꼼하게 챙겼으며, 특히 여행 중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는 눈에 잘 띌 수 있는 모자와 가슴에 ‘KOREA’ 로고가 새겨진 단체 티셔츠도 준비하였다. 여행 중 우리 일행들을 보고 ‘까레이스키’를 연발하며 신기해하는 외국인들도 많았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러시아어 하나 할 줄 모르는 수퍼 시니어들의 일탈과 모험에 대해 생각보다 관심을 갖고 있는 주변 사람들이 많아서 우리 여행기를 간단하게 소개해 보고자한다.

 

[여행 출발전] 우리는 몇 번의 사전 모임에서 여행내 몸만 맡기고 가이드 따라 주요관광지를 둘러보고 오는 정형화된 패키지 여행보다는 적절한 자극을 받아가면서 자유롭게 러시아의 문화와 예술을 체험하는 자유여행으로 컨셉을 잡았다.

그리고 여행 일정, 숙박, 교통, 티켓팅, 보험, 기초 러시아어 습득 등의 할 일을 나누고 인터넷과 책을 이용하여 각자 치밀하게 준비했다. 요즘에는 여행후기를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넷 여행후기도 많은 참고가 되었다.

 

영화 ‘닥터 지바고’를 보며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꼭 타보고 싶었기 때문에 극동 블라디보스톡에서 시작해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부르크까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이용하기로 하였고 중간에 이르쿠츠크에 내려 2박 3일간 관광을 하기로 했다.

 

[블라디보스톡]

인천공항에서 약 1시간의 비행 끝에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한 우리는 사전 예약하고 찾아온 ‘Bardados Hostel’에 여장을 풀고 잠시 시내 관광을 하고 다음날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3박 4일간 4,200km를 달려 이르쿠츠크에 이르렀다.
서두르지 않고 묵묵하게 자기 일을 하는 사람처럼 우직하게 한길을 달리는 기차
위에서 과거와 현재를 만나고, 세상을 느껴보았다.

 

우리가 평소 자신의 키 높이에서 사물을 봐서인지 달리는

鐵馬위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또 다른 풍경으로 다가왔다.

 

차창 밖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초원과, 자작나무 숲, 몇 번이나 강을 건너는 것을 바라보며 거대한 시베리아를 느끼기에는 횡단열차가 탁월한 선택이라고 일행 모두 입을 모았다.

50~60년대 보릿고개를 경험한 실버 세대들에게는 우리가 탑승한 러시아호‘001열차 2등침대칸 쿠페’는 달리는 작은 규모의 호텔 방처럼 편안하게 느껴졌다. 물론 장거리 여행에서 열차 내 좁은 잠자리, 양치와 세수를 겨우 할 수 있을 정도의 편의시설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었으나, 서울에서의 우리 삶이 안락함의 연속인데 여행 떠나와 며칠 즈음 색다른 경험을 하는 것이 오히려 즐거움이 되었다.

 

[이르쿠츠크와 바이칼 호수]

중간 기착지 이르쿠츠크에서는 러시아에서 자수성가한 교포 김성진씨가 운영하는 바이칼하우스에 여장을 풀고, 퉁킨스키 국립공원 아사달평원에 위치한 고급스러운 별장에서‘반야’라고 하는 수영장이 딸린 러시아 전통사우나에서 독특한 체험도 해 보았다. 저녁엔 청정 바이칼의 명물 오물(Omul)과 샤슬릭을 안주로 보드카에 흠뻑 취해보기도 하였다.

 

다음날 민족의 시원 단군성조상(檀君聖祖像)이 모셔져있는 백악산 탐방과 고도 2000m이상 고봉이 365개나 된다는 전설의 사얀 산맥일대와 치우천왕의 전설이 깃든 태양산 샤머니즘의 발원지도 둘러보았다.

귀로에는 피부와 관절에 특효가 있다고 하는 잼축 노천온천에서 여독을 풀고 넓은 해협에 와 있는 듯한 시베리아의 진주 청정 바이칼 호숫가에서 물놀이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기도 했다.

 

[정차역주변의 간이시장과 매점]

기차여행 동안 철길 따라 정차역 주변에 형성된 풍물과 원주민들의 생활상 등 러시아의 속살을 직접 느끼고 체험하고 대면하고 경험해 볼 수 있다. 정차역 임시 간이시장엔 노점상들이 들고 나온 빵, 소시지, 감자, 옥수수 등 각종 음식류와 통닭, 삶은 계란, 토마토 등 간식거리를 구입할 수 있어 러시아 각지의 음식을 맛 볼 수 있다. 물건구입에는 러시아어를 못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만국 공통어인 바디 랭귀지가 위력을 발휘한다. 손짓발짓과 눈짓으로 물건을 보고 사겠다는 의사 표시만 하면 통한다. 그러면 눈치 빠른 노점상들은 승객들이 건네는 루불화를 받고 정확히 계산된 거스름돈을 척척 내준다. 정직하고 거짓이 없다. 정차역 노점상에게 물건사고 하는 재미가 여행의 맛과 묘미를 한층 북돋아 주었다.

 

[횡단열차의 객실내 풍경]

객실내에서 러시아 남성들은 보통 팬티 차림으로 잠을 자기도 하는데, 낯선 여자가 기차에 동승했다고 이런 차림을 삼가하지는 않는다. 반면에 여성들은 얇은 천으로 만든‘할라트’라는 잠옷을 입고 잠을 자는데 그 잠옷을 입은 상태에서 여기저기 다니기도 한다.

장거리 여행이다 보니 간혹 낯선 남녀가 같은 객차에서 만나 다음날 다정하게 손을 맞잡고 열차에서 내리는 진풍경도 목격할 수 있다.

 

[열차내 음주]

여행자의 기분이란 달리는 열차안에서 석양이 찾아오고, 열차내 조명으로 차창 밖 풍경과 차창 안 일행들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 시작할때면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분위기상 일행들과 술 한잔 나눌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이르쿠츠크 역에서 새벽1시 열차탑승 후 짐 정리를 간단히 끝내고 잠자리에 들기 전 함께 모여서 보드카 한잔 후 취침 하려는 순간 열차 보안요원 3명이 우리 방문 앞에 다가와서 매우 권위적이고 죄인 다루듯 음주단속을 하였다.

그들은 우리에게 다가와서 승차권과 여권을 내 놓으라고 윽박질렀다. 우리가 사정을 해도 아무 소용없었다. 그들은 우리가 차내에 가지고 있는 술을 전부 다 내 놓으라고 명령하였다.

우리는 가지고 있던 보드카 두 병, 맥주 한 병을 내 놓았다.

그들은 이것을 화장실 세면대에 다 부워 버리라고 지시하여 그들이 시키는 대로 개봉하지 않은 술까지 화장실 세면대에 다 부어버리는 수모를 당하고 난 후에야 저희들끼리 묘한 웃음을 지으면서 지나가버렸다.

그 시간에 옆방 러시아인들도 보드카를 마시고 있었으나 보지 못하였는지 그들에 대한 단속은 없었다.

우리 객실담당 여자승무원은 우리에게 웃는 얼굴로 나에게 서툰 한국말로 손으로 그 양을 가늠해 보이면서 적은 양의 술은 허용된다는 투로 눈을 찡긋 해 가면서 메시지를 전달해 주기도 하였다.

 

시베리아횡단열차의 또다른 흥미로운 경험중 하나는 매일 다른 시간대를 지나기 때문에 하루에 한시간씩 시간조절하면서 가다 보면 도착지인 모스크바에서는 자연스럽게 시차적응이 되는 것이다.

 

이르쿠츠크 역에서 다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3박 4일간 5,100킬로를 달려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발레의 본고장 모스크바에 왔으니 우리도 발레의 진수를 감상해 보자며, 1인당 거금 8만원씩을 지불하고 볼쇼이 극장에서 발레도 감상하였다. 이어서 우리나라의 대학로나 인사동을 연상케 하는 아르바트 거리를 찾아 푸쉬킨, 고골 등 문학의 혼이 담긴 거리를 여유 있게 거닐며 분위기도 느껴 보았다.

 

다음날 야간열차를 이용하여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동 3박 4일동안 넵스키대로와 여름궁전, 겨울궁전과 에르미타주박물관, 네바 강변 등 역사적인 현장을 답사한 후 귀국길에 올랐다.

 

러시아를 다녀온 후 내게 긴 여운을 남긴 것은 화려하고 황홀한 궁전이나 성당,
박물관이 아니었다. 러시아인들의 삶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 다차(교외별장)나 바냐(사우나)도 아니었다. 시베리아의 광활한 초원지대 주인으로서, 작은 목조주택과 나무판자 울타리 속에서 자연에 순응해 가면서 살아가고 있는
꾸밈없고 소박한, 아직 문명과는 거리가 있어보이지만 사람 사는 내음이 물씬 나는 그런 원주민들 삶의 모습이 내게 긴 여운을 남겼다.

 

이번 자유배낭여행에서 최문규 단장을 중심으로 8명의 70대 중후반 청년(?)들이
1만키로 이상 되는 거리를 무사히 철마로 횡단하고 아무 탈 없이 서울로 돌아왔다는 것 자체가 큰 성공이라 본다. 젊은이들도 처음 찾아가 보는 낯선 나라에서 서로 호흡을 맞추어 가며 늘 일치된 의견으로 함께 다니기란 그리 녹록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 수퍼 시니어 여덟 명은 해냈고 패키지 여행이나 나 홀로 여행에서는 맛볼 수 없는 우정과 성취감을 느끼고 돌아왔다.

 

한편 광활한 러시아를 16일만에 다 둘러보자니 아쉽고 미련이 남는다.
아직 가본 나라보다 못가본 나라가 훨씬 더 많으니 나는 어느새 좋은 멤버들과
함께 멋진 해외여행을 또 시작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이것이 인생인 것을! This is the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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