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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꽃구경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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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윤기 작성일 2018-04-09 21:59 댓글 0건 조회 45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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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멀고 귀먹은 자의 넋두리

넓게 보고 멀리 보려 했으나 보았다 할 것이 없사온데
더듬어 보고 어찌 그 형상과 색을 가려내오리까
보인다 하는 것도 바람 같아 그 형상이 분명치 않고
빛이 있으나 그 빛은 초라하여 우주의 깊은 곳은 여전히 어둡고 잠잠할 뿐
눈멀고 귀먹은 나의 세월만 저물어 가옵나니
천지신명이여!
티끌(지구)에서 태어난 더 작은 티끌인 나도
하나의 존재일까요
나로서의 질량과 에너지는 또 어디서 비롯되어 티끌같이
가볍고 희미한가요

붓다여!
당신이 버린 세속의 욕망도 티끌이요
그 티끌을 버리고 얻으셨다는 열반의 세계도 티끌이오니
당신의 처음도 끝도 하나같이 티끌이 아닐는지요

예수여!
당신의 바친 목숨의 삯도 그 삯으로 얻은 구원도
결국 어린아이 숨소리보다 더 가냘픈 바람에도
산산이 흩어질 티끌이 아닐는지요

이 별도 저 별도 우주에 흩어진 티끌인가요
그럼에도
저 깊은 어둠 속에서 울려오는 잔잔한 침묵의 소리
뉘시오니까

자비롭거라
사랑스럽거라
떨리는 저 포근한 침묵
그 떨림
어디 계시는 뉘시옵기에
닫힌 나의 마음을 조용히 열어 주시려 하옵니까

저는 아직 아무런 형상도 본 것이 없고 들은 것이 없음에도
소리 없이 다가서는 이 따사로운 손길은
그 누구의 무엇이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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