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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기 이승의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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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西天 작성일 2010-12-09 16:58 댓글 0건 조회 40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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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많은 죽음을 경험하면서 살지만
유독 벗들의 죽음이 가장 마음이 아프고 서럽습니다.
아마도 그들의 죽음에서 나의 죽음을 예견할 수 있음으로
아픔이 더 큰지도 모르겠습니다.

며칠 전에는 오랫동안 소식도 없던 초등학교 동창 한 녀석이
고작 죽었다는 소식한자를 남기고 아주 떠나 가더니
어제는 철들어 고등학교에서 만났던 건강하고 늘 웃음 많고 덩치
큰 친구가 아프다는 소식도 없이 휴대폰에 죽어 있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諸行無常의 진리에 따라 고정된
실체가 없다 배우기는 하였으나 아직은 가까운 이들의 죽음이
내게 꽤나 큰 고통으로 다가 옵니다.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이들은 혹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니라는
不二의 진리를 말하기는 하나 도를 깨닫지 못한 이 미련한 중생은
한동안 떠나간 벗의 모습을 가슴에 품고 문득 문득 떠오르는
그와의 인연을 아파하게 됩니다.

어찌하면 죽음의 문턱을 덤덤하게 넘을 수 있을까?
고타마 붓다라는 한 인간이 성취한 죽음을 뛰어넘는 열반의 도리가
도대체 무엇인가?
깨달았다는 선지식들이 써놓은 많은 책들을 뒤적이긴 하였으나
아직도 그 도리가 무엇인지 알지못하는 나는 산사의 작은 방에서도
푸르지오 102동을 꿈꾸는 자로 살아갑니다.
이승을 마감하고 떠난 벗을 가슴에 담은 채로…

먼저 떠난 벗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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