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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2월의 새벽은 0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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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새벽은 0시
바람소리/김윤기
죽어버린 시간 위로 빨간 초침이 돌아간다.
봄은 올듯한데
살아있는 시계時計 속에 쓰러져 있는 시간의 사체들
일어나질 못하고 있다.
이 적막함에 대하여 엄숙한 것은
까맣게 젖은 유리창과 마주한 침묵 뿐
시간의 굴레를 벗어난 내 안의 자유, 날개 펴고
까마득한 하늘, 영시(零時) 향해 고이 떠난 후
텅 빈 공간을 에워싼 벽 안, 기어드는
희미한 내 얼굴의 그림자
시간의 0시, 새벽
죽어버린 시간의 고요한 혼백(魂魄)을 마시고
죽음보다 더 진한 고독함, 홀로 취하여
나 또한 죽음을 향해
야위어 간다.
새벽 4시경
일어나 좌정하면 삼라만상이 온통 비어있다.
텅 빈 새벽의 적막함은 숙연할 수밖에 없는 엄숙함이다.
그래서 그런 건지 새벽별들은 늘 젖어있다
내 삶을 반추하며 내면에 숨어있는 내 본연을 찾아보곤 한다.
“진저리나도록 고독해 보라”
“잔인할 만큼 네 자신을 죽여 보아라.” 한다.
세상에 너부러진 보편타당한 모든 사상과 철학
나의 사상과 철학관 무관 하거나 엇박자다.
나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에겐 괴물에 불과한 "나" 일 뿐
나 또한 그들을 이해해 주지 못하고 있다.
내 눈엔 그들이 千의 얼굴을 가진 괴물들이다.
오늘 새벽
역시 타협도 조율도 없이 내 고집만 살아
곧은 정강이뼈처럼 견고해 졌을 뿐
적당히 타협하고 두루 뭉실 살면 편한 것이 세상사데 ---
바보 같은 놈
내 고집에 내 자신이 진저리 친다.
하루를 살아도 지조 있게 살자는데 왜 이리 야단법석인지
묵묵히 버티고 있는 벽을 향해 한마디 던져놓고 무릎 위에 손을 얹졌다
엄숙함으로 적요했던 나의 서원, 이 고집
어쩌란 말이냐
태생이 그런 걸
저만치 봄은 오건만 시간마저 죽어버린 2월의 새벽
뼈속까지 시린
나의 영원한 0時 아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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