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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월남전쟁 참전이야기(6).....C-레이션과 K-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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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요거사 작성일 2006-08-25 11:34 댓글 0건 조회 75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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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레이션을 싣고 총성 울리는 혼바산을 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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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70-1호 작전이 시작된지 며칠되지 않은 1970년 5월 어느날
병참대 윤병장이 오전일찍 사무실로 전화를 했다.
-심병장. 급한일 없으면 오늘 내캉 닌호아에 다녀오자.
닌호아는 백마 사령부가 있는 곳이다.
-무슨 일인데?
-응~오늘 보급품 싣고 출장가는데 같이 가자꼬...
자네 월남와서 한번도 베트콩하고 싸워보지 못했재?.
이제 귀국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경험도 얻을겸 다녀오자구.
귀가 솔깃했다.
이제 한달만 더 있으면 귀국인데 사실 월남전쟁터 와서 베트콩 얼굴한번 못보고
돌아간대서야 어찌 체면이 서겠는가?
-위험하지 않을까?
내가 걱정스레 묻자 그는 키득키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걱정 말그래이. 내 지난주에도 다녀왔다 앙이가.
-닌호아 갈려면 혼바산을 넘어야 되는데 괜찮다구?
-옹야.이제 혼바산은 몇해전부터 안전한 곳이재.
더구나 이번은 작전지역에 들어가는것도 아니고 사령부만 다녀옴 되니께
아무 염려할것 읍데이.
이번가면 C-레이션 짜옹(삥땅)도 좀 하고. 좋재?
-거 가면 베트콩 얼굴 볼수 있어?
-하모. 우굴우굴하니 걱정하들 말그레이.
-알았어. 과장님께 말씀드리고 10분내로 가지.

내무반에 돌아와 관물대에서 방탄쪼끼를 꺼내입고
두개의 탄창말이를 챙겼다.
수통 두개에 물을 가득 넣은후 M16을 다시 점검하여 어깨에 멘후 모기약 두통도
잊지않고 철모에 꽂았다.

앞뒤에 장갑차를 호위시킨 다섯대의 수송트럭은 곧 투이호아 '돌아온 다리'(언제부턴가
병사들 사이에는 투이호아 시내를 가려면 건너야되는 그 다리를 이렇게 불렀다)를 건너
시내로 들너가는 입구에서 좌측으로 방향을 틀었다.
악명높은 혼바산 1번국도로 들어선 것이였다.
honba7.jpgg

혼바(Hon Ba)산은 .
투이호아 평야에 돌출되어 그 일대를 내려다 보며 위용을 자랑할뿐만 아니라
1번 도로및 철도가 산기슭에 연하여 남북으로 이어져 있으므로
피아 쌍방의 요충지로서 언제나 적의 기습의 위험성이 있는 지형이다.
남쪽으로는 군수물자 보급항 붕로(Bung Ro)만과 북쪽으로 투이호아 를 비롯한 평지에 있는
백마 28연대및 우리 십자성, 그리고 연합군의 중요한 군사시설을 한눈에 볼수 있다.

베트콩들은 이 혼바산 북쪽 기슭에서 부터 5부능선 까지의 급경사지대에
암벽으로 구축된 천연동굴진지를 이용하여 접근하는 상대에게 타격을 줄수있는 유리한 지형을 점령하고 있었다

부대를 떠난 수송차량은 출발한지 한시간이 넘도록 꾸불꾸불한 산길을 달렸다.
아따금씩 푸드득하는 산새 날개짓 소리외에는 괴괴할 정도로 정글산은 적막했다.

울창한 관목숲은 한치 앞도 헤아릴수 없을만큼 어두었고
해안가 모래밭에 그토록 빽빽히 자라던 야자수는 단 한그루도 보이지않고
그야말로 온통 넝쿨과 활엽수로만 뒤덮힌 정글숲이였다

혼바산을 넘어서 남쪽으로 달리던 수송행열이 갑짜기 우측으로 방향을 바궈
간신히 보이는 좁은 소로를 들어선다
-어디로 가는데?
내가 의아해서 묻자 윤병장은 빙그래 웃으면서,
-지금 독수리 작전 하는거 알재?
여기서 조금 더가면 임시작전본부가 있는데 거기 들렸다 갈끼라.
순간 가슴이 덜컥했다
작전본부로 가다니? 아까는 그냥 사령부에만 다녀 온다고 해놓고...
내 기색을 보고 무슨생각을 하는지 다 안다는듯 윤병장은 껄껄 웃었다
-왜? 니 무섭노?
베트콩이라도 나올까봐?
염려 말그레이.

차는 30분가량을 더 달려 어는 한적한 평지에 도착했다.
임시 천막에 가져간 씨-레이션과 탄약박스를 내려놓는데 우리 군인들말고
월남인으로 보이는 현지인들이 서너명 보였다.
윤병장이 그들을 가르키며 내게 말했다.
-보그래이
쟈 들이 베트콩 아니가.
원래 길안내나 통역으로 따라 다니지만 그 속내를 우찌 알겠노?
니 오늘소원풀이 했재? 베트콩을 그것도 세명이나 봤으니까...하하하
순간 ,멀리서 뜨르륵-하는 자동소총소리가 들린다.
-작전지역이 여서 그리 멀지 않은갑다.
여가 진짜루 전쟁터 같재?

닌호아에서 돌아오는길에
윤병장은 꼬불쳐 놓은 C-레이션을 짜옹해서 월남 피아스타로 바꾼후
내게도 얼마 건네 주었다.
저녁에 PX가서 맥주한잔 마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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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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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ife09.jpgg
(월남전때 의 전투식량 C-Ration)


C-레이션은 전투식량이다
작전에 투입되면 열흘이고 한달이고 조리를 할수 없으니 불가불 가공식품이
주식이될수밖에 없다.
C-레이션 안에는 비프스텍,햄 ,치즈,과일,토마토,소스,칠면조,비스켙,코코아,버터,쏘세지,잼 등의
밀페된 깡통과 소금,설탕,커피봉지와 담배,성냥까지 들어있다.
그러나 쌀과 김치를 주로먹는 우리 에게는 C-레이션은 간식 정도밖에 않되었다.
파월기간동안 C-레이션은 질릴만큼 풍부하게 배급되었다.
가끔 특수레이션이 나오는데
그 안에는 식품외에 시계,망원경,라디오.심지어는 카메라까지 들어 있었다.
물론 모두 녹색으로 도장된 군용물품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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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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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레이션이 미국 전투식량이라면
K-레이션은 우리 한국전투식량이다.
초대 주월한국군사령관 '채명신' 장군은 군의 사기진작을 위하여
양식에 식상해 있는 장병들에게 김치와 고추장을 급식하기 위하여
박정희대톨령에게 강력히 건의, 순수 한국인들 식성에 맞는 K-레이션을 만들었다.
김치,고추장은 물론 마늘장아찌,고추졸임,깻잎절임,마늘쫑,꽁치통조림
그리고 소고기.돼지고기통조림 등(세월이 많이 흘러 품목을 다 기억못하겠음)
고국냄새 물씬나는 이 K-레이션을 대할떄마다
장병들은 두고온 부모형제가 그리워 젓가락을 제대로 놀리지 못하였다.
그러나
밥이없는 K-레이션은 완벽한 전투식량은 못되어서
평소 급식때 밑반찬이거나 작전시 C-레이션과 같이 먹는 보조식량에 불과했다.
햄 한 숫갈에 김치한잎 쌈싸 먹는 식으로-

남태평양을 건너오느라 쉬어버린 김치통조림을
그래도 서로 먹으려고 실랑이를 치던 그때가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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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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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장 당번병인 박병장은 나와 특히 절친하게 지냈다.
왜냐하면 처음 그가 신병으로 우리 대대에 왔을때 수송병과인 그를 내가 당번병으로
추천해준것이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틈만나면 장교용으로 급식되는 B-레이션을
어떤때는 소고기한통, 닭고기한통 두통씩이나 꼬불쳐 가져왔다.
B-레이션은 비전투시에 급식되는 준평상식으로 1차 가공된것이다.
예를 들면 생소고기.생닭고기등으로 조리해야만 먹을수 있는것들을 말한다.

'크레모아떡'이라고 들어본적이 있는가?
무색무취하면서도 화력좋은 이 연료는(실제로는 연료가 아니고 뇌관에 폭발을 인화시키는
흰색의 약간 몰랑몰랑한 화공약품:콤포지션B라는 C4계열의 폭약임))
B-레이션의 조리는 물론이고
그보다는 출출할때 냄비에 물을 넣고 라면 한봉지를 까넣어 끓여먹는데 최고의
연료로 더 각광을 받았다.
물론 폭발등 안전상의 위험은 있었지만-
아~~~그때 불침번을 서다가
침대옆에 숨어서 크레모아떡으로 끓여먹던 그 라면맛을 지금 어디서 다시 볼수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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