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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다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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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일 설 작성일 2009-10-31 16:39 댓글 0건 조회 12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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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믓의 의미


몇 년 동안 보이지 않았던 친구를 우연한 자리에서 만났다

"참 오랜만일세, 몸은 어떤가?

"많이 좋아졌어"

잡았던 손을 놓으며 애써 내 시선을 피하며 당황스러워 하던 친구의 얼굴은 유독 주름살이 깊어 보여
마음 한 켠이 이유없이 울컥했다.

연전쯤인가
하는 일마다 꼬이고 설상가상으로 큰 병까지 얻어 고생한다는 소식을 귀동냥으로 듣긴 했어도
그 이후의 소식은 전혀 모르고 지내던 친구다.

이미 10년은 족히 지난 일이고 큰 금액도 아니지만 나에게 빚을 진 친구였기에
내 시선과 마주치는 일이 쉽진 않았을 것이다.

"대수술까지 받고 오랫동안 병석에서 고생했다는 소식을 연전쯤에 들었었지.
그래도 염려했던 것보다 건강해진 자네 얼굴을 보니 고맙고 반갑네!"

"친구들의 염려 덕분이지, 고맙네"
짤막한 대답 뒤에 무언가 말을 이을 듯 주섬거리던 친구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고 무안한 듯 멋쩍게 웃었다

그러나 그 친구의 입안에서 맴돌던 말이 무엇인지 나는 안다.

"친구 정말 미안하네"

"미안하긴, 그동안 자넨 너무 운이 없었지.
난 잊은 지 오래됐네, 처음부터 자네를 원망해본 기억도 없고
자네도 잊게, 말끔히 잊고 예전처럼 변함없이 편한 친구로 지내세"
내 입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말일 것이다

지지리 운이 따라주지 않던 친구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악의없는 그의 심성 때문인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열린 가슴 사이로 기도가 터져 나왔다.
"하늘이여! 앞으론 이 친구를 괴롭히던 모든 액운을 거두시고 건강과 행운만을 주소서"

국화 향기가 짙어가듯 가을도 깊어 간다
우리가 살아가는 나라는
높고 푸른 하늘만 있는 곳이 아니다.
나도 너도 노랗게 무너져 내린 하늘을 보았고 잿더미 같은 검은 땅도 밟아 보았다.

그러한 하늘과 땅에서
악의없이 오해의 매듭을 엮기도 하고 풀기도 하며 진솔한 대화와 허물없는 농담도 나누며
상생을 도모하는 다믓의 의미를 넉넉히 담은 가슴으로
우린
녹색의 장원에서 청잣빛 하늘을 마시며
친구로서, 인생을 다믓이 살아가고 있다.

** 쪽지 **

다믓(우리의 고유어) : 더불어 또는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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