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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그 누구와 걷고 싶을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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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9. 15(월) 오후
들깨 꽃 - 꼬소한 냄새가 ---
그 누구와 걷고 싶을 것이냐
바람소리/김윤기
들꽃 향기, 금빛 햇살에 흩어지는 들녘 길
너만이 홀로 걸어야 할 하루가 있다면
그 누구와 함께 걷고 싶을 것이냐
나에게도 홀로 걸어야 할 하루가 있다면
생명의 마지막 불꽃이 바람속에 흩어져 버린
저 앙상한 숲길을
그 누구와 걷고 싶을 것이냐
네가 있고 내가 있었던 그 시간을 헤집고
내가 있고 네가 있었던 네 시간은 파고 드는데
너 였으면 좋을 너는 어디로 떠난 것이며
그 어느 곳에 숨어있는 것이냐
손끝 하나 닿지 못할 인연을 두고
불멸의 꽃처럼 피고 지는 그리움을 나에게 남겨두고
가여히 살아가는 너에게도
이 가을은 서글픈 계절이며
찰라에 스치고 지나 가는 기다림이라도 있는 것이더냐
홀로여서 외로운 나를 보고
둘이나 셋쯤 곁에 두고도 나보다 더 외로운 너를 보아라
바람만 건들 불어도 눈물이 떨어질 이 계절보다
홀로 남겨진 시간속에 갇히고 싶은 네 가슴속에
멀뚱거리고 있는 창백한 백치의 눈동자가 더 가련한 것임을
보렴아
풍요롭게 영근 것은 남김없이 거두어 가고
텅빈 늦 가을의 쓸쓸한 들녘을 보아라
찬란히 피었다 시들어 버린 초겨?문턱에 걸린 산을 보아라
꽃처럼 피었다 싶은 네 얼굴 안에는
무덤덤한 세월이 초라하게 쓰러져 있고
그 누구에게도 뜨겁게 입맞추지 못한 입술이
파랗게 죽어가는 비극을 보아야 하리라
황량한 늦 가을 들녘보다 더 황폐한 얼굴과
초겨울의 싸늘한 산보다 더 얼음장 같은 입술이
네 삶이 죽어가는 표정임을 알아야 하리니
들으렴
그리고 울으렴
밤새워 우는 풀벌레 소리에 가을 밤이 서럽다 하여도 들어라
듣고 서럽게 울어라
흘려도 좋을 눈물이 있다면 뜨겁게 쏟으라
사랑함으로 그리워 울어라
네 이름만 떠올여도 떨어지는 눈물이 사랑이며 행복임을
절실히 느껴질 그 시간까지
너는
간절한 기다림으로 울고 또 울어야 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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