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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찬 음주가(讚飮酒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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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요거사 작성일 2007-09-17 14:25 댓글 0건 조회 16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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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空山)에 명월(明月)이 저리 가득하니 발걸음이 절로 삽짝문을 밀치네.
소소한 야기(夜氣)에 등떠밀려 한참을 노닐다가 홀연 정신차려보니 귀익은 물소리가 들리
는 구나. 연기같은 물안개 스멀스멀 피어 오르는곳에 조각난 잔물결이 은은하구먼.
빛바랜 이엉위로 희디흰 고지꽃이 하늘거리고 황톳길 자갈돌도 자박소리 내며 구르는걸
보면 툇마루에 앉아서도 달 떠오르는걸 그냥 볼수있던 자네집 바로 맞네.
지난 봄 스치는 바람에 어긋난 돌저귀가 아직까지 삐걱거리는 소릴 들으니 자네의 그 게으
름은 통 어지간허이.

벗이 좋아서, 마냥 취하고 싶어서, 신선이 되고 싶어서, 나 여기 왔네.
술은 예 가져왔으니 자넬랑 아끼던 그 사기주발 내어오게.
팔대조 선조께서 애지중지 여기며 막술을 부어도 신선주로 변한다고 허풍떨던 그 '전설의잔'말일세.
'한잔 먹세 그려 또한잔 먹세 그려 꽃꺾어 산(算)놓고 무궁무진 먹세그려...'

하(夏)의 우(禹)왕이 딸 의적(儀狄)이 처음 담궈 바친 술의 맛과 향기에 취해 한잔한잔 마
시다 잠이 들고 말았어. 수시진후에 깨어난 그는 "너무 맛이 있구나. 그러나 경계하지 않으
면 반드시 나라를 망치는 자가 나오겠다" 하며 다시는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는 고사 자네
도 알지? 실제로 수백년후 하의 마지막 임금 걸(桀)은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는 오명을
남기고 망하고 말았거든.
기록을 뒤져보면 2004년 중국 가호(賈湖)유적지에서 발견된 기원전 7000년 무렵의 술이
과학적으로 인정할수 있는 처음이라는 게야.
이란 북부에서 발견된 기원전 5400년께의 항아리에서도 포도주의 흔적이 나왔다는 거고...
우리나라에서도 천제의 아들 해모수가 하백의 딸인 유화에게 술을 권해 취하게 한후 주몽
을 잉태시켰고 백제의 수수보리가 일본에 누룩을 전했다는 설화가 있으니 술의 역사가 짧
지는 않음을 알겠네.

근자에 술깨나 마셔본 강호(江湖)의 주선(酒仙)들 사이에 회자되는 천하3대명주(天下三大
名酒)에 대해 자네 들어본 바 있는가?
그 첫째가 백화주(百花酒)요. 둘째가 송화대력주(松花大力酒).셋째가 불로주(不老酒)라 한
다네. 조선시대 양반집에서는 대부분 집에서 직접 가양주(家釀酒)를 담궜지.
술은 봉제사 접빈객(奉祭祀 接賓客)에 없어선 않될 필수품이였기 때문인데 양반집에 술이
없어 남의집에 얻으러 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였을 테니까.
백화주의 핵심은 백가지 꽃을 어떻게 구하느냐 하는 것이라네.
어떤 꽃을 사용 한건가 또 기록을 찾아보니 대략 2월말 이른봄부터 동백꽃,산수유,생강나무
꽃, 진달래등을 따기 시작해서 모란,등꽃,절굿대꽃,패랭이꽃,도장나무꽃,백굴채,자운영,백
철쭉,댐싸리,수국,인삼,층층나무,후박꽃,아카시아,민들레,고들패기,찔레꽃,장미,토끼풀,작
약,꽃잔디,백일홍,해당화,석류,쥐똥나무,돌마나리,붓꽃,개쑥꽃,사계화,개망초,......헉헉~
맨 늦게 따는 꽃은 늦서리가 내리는 11월초에 따는 감국인데 이 100가지 꽃을 각 시기마다
따서 말린다음 술을 담그는데는 보통 두달반 내지 석달 걸린다고 하네.
이 백화주의 효능은 '중화(中和)'라고 하여 음양고저한 신체를 조화(造化)시킨다하니 가히
천하명주라 어딘가에 이 술을 빚는곳이 분명 있을터인데 구할길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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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펀한 술자리에 자라나는 사나히 우정...'
예전 우리때야 이런 말을 신봉하여 술자랑으로 안간관계를 엮어갔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저물어간다네. 두주불사(斗酒不謝),호형호제(呼兄呼弟)의 술접대 코드는 우아한 품격(品
格)과 수준높은 담소(談笑)로 변하고 있음이지.
기름끼가 적고 담백한 한정식이나 일식에는 증류한 소주가 좋다네.
일본의 '사케'라는 소주가 유명하다지만 한병에 4-50만원을 호가한다니 우리같은 서민술꾼
에겐 그림의 떡이고 다행히 진로가 최근 출시한 '일품진로'는 웬만한 위스키보다 저렴한
3만원선이라니 우리 언제 한번 맛보세.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모모한 기념일을 빛내기 위해 와인 마시는 풍습이 유행한다는데
오감(五感)을 동원해 즐기는 술이여서 품격있는 자리를 만들고 수준있는 음주라 자긍심을
높힌다고 격찬들 하는모양이야. 칠레산 1865나 돈 멜초, 프랑스 상파뉴산 폴로져등 구조감
이 뛰어나고 혀에 감기는 듯 부드러운 감촉의 와인이 많이 찾는 거라는데 나로선 원~
식사후 간단한 안주와 함께 위스키 한잔을 나눈다면 더할수 없는 멋진 마무리가 될걸세.
스카치 위스키중 맥아만을 숙성시킨 '몰트위스키'는 물과 1:1로 섞어 마시고, 블랜드 위스키
는 얼음을 넣어 잘 흔든후 살짯살짝 마시면좋은데 그냥 스트레이로 마실려면 아이리스 위스
키가 제격이라지. 근데 모두들 발렌타인이 좋다 하지만 난 시바스리갈맛이 가장 친숙하거든.
그옛날 양주하면 독보적 위치를 지녔던 죠니워커는 이제 명함도 못내미는 모양이야.

자네 내 갖고온 이술이 어떤건지 궁금했지?
비록 백화주나 불로주엔 못미칠지 모르나 이게 그래봐도 온갖 기화요초에 천년 하수오(何
首烏)를 넣어빚은 '소요취선주(逍遙醉仙酒)'라네.
첫째잔에 비(鄙)함이 없으면 예(禮)를 논할수 있고, 둘째잔에 박(薄)함이 없으면 지(智)를
논할수 있고 셋째잔에 탐(貪)함이 없으면 인(仁)을 논할수 있음이니 가히 세외비주(世外秘
酒) 아닐런가.

달빛 교교한 중에 자규(子硅)소리 더욱 애처롭네.
내 어디서 온줄 모르니 가는곳 더욱 알랴.
그대 든 잔에 어른어른 보이는 것이 달빛인가 회한(悔恨)인가.
일순일배(一瞬一盃)하고 잔 넘기게.
머믓대는 사이 달 질까 두려우이.
말없어도 내 아네. 새벽 풀잎에 맺힌 밤이슬 같아서지?
우리들 몸 깃털같이 가벼워 졌어도 아직은 자네와 나 이리 함께 있잖은가.
「옛부터 성현은 자취가 없고 (古來聖賢皆寂寞)
오직 술마시는 사람만이 남았네(惟有飮者留其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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