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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첫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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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요거사 작성일 2007-06-14 17:30 댓글 0건 조회 67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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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그러는 가예? 그냥 오시면 될것을..."
"글세...말은 알겠지만 썩 내키지 않는걸 어떻해. 이모께서 어찌 볼는지도 모르고...
또 원체 난 그런 자리는 자연스럽지가 앟아서..."
"정말 괜 찮어예. 우리 이모 좋은 분이라예.온다고 말해놨으니 꼭 가야된다 아닝교"
"글쎄...어떻게 해야 할지..."
"혹시 제가 싫어서 그러나 보지예?"
"아니야.그런건 아니고...아니라는거 仙이가 더 잘 알잖아"
"그럼 무엇때문에예.우쨋던 내일은 꼭 가셔야 하니까 전 그렇게 알고 준비 하겠어예'
"....."
"그럼 퇴근때 부대앞에서 기다리고 있겠어예.시간 늦지 마시고..."
"...알았어"

더는 어쩔수 없었다.
더 이상 대답을 않다가는 그녀가 삐쳐버릴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할수없이 약속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녀와 마음을 주고 받은지 어언 반년이 넘도록 한번도 그녀의 초대를
받아들이지 않자 자기를 사랑하지 않기때문이라고 서운해 하는 그녀의 조름을 더 이상 거절
하기가 힘들었다.
그동안 부대밖의 만남을 극히 자제하여왔던 우리였다.
외박은 몰라도 외출정도는 언제던지 자유롭게 할수있었던 나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밖에서 그녀를 만날수 있었으나 웬지 부대밖의 만남은 알수없는 두려움이 앞섰다.
사랑하노라 서로 편지를 주고받고 눈으로 마음으로 그 표현을 숱하게 나누었지만 그동안
우리는 포옹은 커녕 손한번 잡아보지 않았다.
숭고한 사랑유지-
그랬던것 같았다. 육체적인 사랑이 무어 그리 중하냐고 여기며 마음과 마음으로 나누는 것
이 가장 아름답다고 여겼기 때문이리라.
한창 피끓는 젊은 혈기에 하루 이틀도 아니고 무려 여섯달동안이나 열열히 사랑을 표현하면
서도 신체적 접근을 자제할수잇었던것은 적어도 그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단 둘이만 만나면 어찌 될것인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사랑하는 여자와 단 둘이 있게되면 나는 어떻게 해야 되나?
자신이 없었다. 아름다운 그녀와 같이 있으면 나는 도저히 스스로를 자제할 자신이 없었다.
설혹 그녀가 원치 않는다 해도 그녀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나 자신의 욕망대로 할것 같았다.
나는그것이 두려웠다. 너무나 사랑하는그녀인지라, 가까이 닥아가 손조차 잡기 아까운
그런 그녀인지라 가급적 나 자신을 제어할 주변이 있는 부대내에서만을 고집했던것이다.

그녀의 이모댁은 서대신동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었다.
仙이와 내가 그곳에 도착한것은 오후 4시경- 마침 이모부는 아직 귀가하지 않았고 이모
되시는 분만이 반갑게 맞아 주셨다.
"아무 불편해 하지말고 쉬다 가세요.우리 仙이가 심병장님 얘기를 하도 많이해서 어떤 분인
가 궁금했는데 이렇게 찾아주시니 반갑네요"
그녀의 이모는 내가 지루해 하지 않을까 고향이 어디며 부모님은 다 생존해 있는지 가벼운
신상 이야기를 등을 물으며 함께 자리를 해 주셨다.

이모가 차려주시는 저녁을 오래만에 맛있게 먹고 초대에 고마움을 인사한후 집을 나선
것은 어느덧 저녁해가 지고 골목길엔 훤히 가로등이 들어와 있을 무렵이였다.
올여름 그렇게 기승을 부리던 더운 날씨도 눈결에 물러가고 어느새 저녁이면 서늘한 찬기
가 뿌려지는 늦가을로 계절은 바뀌어 있었다.
나와 함께 나란히 걷던 仙이는 밤바람이 싸늘이 느껴졌는지 바싹 내곁에 다가서서 떨어질
줄 몰라헀다.그동안 그 여러날을 함께 대화하고 함께 거닐었지만 이렇게 가깝게 걸어본
적이 없기에 나는조금 당황하기도 했지만 내 왼팔을 꼭잡고 조금이라도 떨어질세라 바싹
붙어 걷는 그녀가 그렇게 귀여울수 없어 나도 한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가만히 안아 주었다.
"금방 들어가야지. 아까 이모님에게는 요앞까지만 바래다 주고 온다고 했었잖아"
그녀는 나를 쳐다보며 짖궂은 아이마냥 배시시 웃었다.
"괜찮아예.좀 늦어도 이해하실거라예"
"정말? 그래도 난 걱정이 되는데. 만약 仙이 늦으면 이모님이 날 나쁘다고 욕하실꺼야"
"어디예.이모는 날 이뻐하시기 때문에 절대 그렇지 않아예.우리 저기 용두산공원에 올라가
잠깐 바람쏘이고 가예"
"뭐라고? 여기서 거까지 갔다올려믄 상당히 늦을텐데"
'10시까지 들어가면 되니 괜찮아예. 어서 가예"
仙이는 내 대답도 듣지않고 앞장서 빠른 걸음으로 걷더니 때마침 정류장에 들어서는 버스에
냉큼 올라 타 버렸다.어쩔수 없어 나도 그녀를 따라 버스에 오를수 밖에 없었다.

초저녁 용두산공원에는 벤치나 잔디밭 여기저기에 시민들이 저녁바람을 맞기위해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우리는 갖고온 신문지 두장을 펴놓고 공원밑 백화점코너에서 사온 술과 음료수,그리고 오징
어포를 늘어놓고 조금 으슥한 모퉁이에 자리를 잡고 마주 앉았다.
시원한 밤바람이 약간은 비릿한 바다내음을 실어서 훅!하고 온몸에 끼쳐왔다.
"자~우리 건배할까.仙이도 한잔 받아"
"어디예.저 술못하는줄 알면서예"
"아무리 못한다해도 조금이야 어떨라구.여기까지 와서 건배도 못하면 되겠어?"
"언제예.저는 지금까지 술은 한방울도 않마셔 봤어예"
"하하~엄살은...정 그렇다면 여기 음료수에다 술을 조금타서 마셔봐.그럼 찮을꺼야"
"정말 괜찮을까예? 막 토하고 그럼 어째예"
"어때.취하면 내가 집까지 바래다 줄텐데 뭐"
'알았어예.만약 저 취하면 책임져야 해예"
仙이는 그제서야 종이컵에 음료수를 거의 한잔 되게 붓고는 아주 조금 그위에 술을 따랐다.
"자! 건배합시다.우리의 사랑을 위하여!"
내가 큰 소리로 건배를 외치자 그녀는 깜짝놀란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사람이 없는것을
확인하고 난 후에야 겨우 조그만한 목소리로 나를 따라 '우리의 사랑을 위하여'하고 속삭이
듯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의 대화에는 주제가 필요었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한다면 대화 그 자체가 필요없다는 말이 맞을지 모른다.
仙이와 나와의 대화-그것은 이미 서로 마주보고 있는것만으로도 충분히 나누고 있었다.
제법 차가워진 밤바람이 으스스한듯 仙이는 어느새 내 옆에 바싹 다가왔다.
"어때? 춥지않아?"
그녀의 어깨에 가만히 손을 얹으면서 이렇게 물었을때 仙이는 들릴듯 말듯 말했다.
"아까는 괜찮았는데 지금 쬐끔...술을 먹어서 그런가 봐예"
"후후...고것도 술이라고...여기 이리 바싹 더 들어와 봐.내 옷 벗어 줄까?"
내말에 仙이는 어깨를 흔들면서 키득거리고 웃었다.
"그 옷 벗어주면 무슨옷을 입고 있을건데예.런링샤스 바람으로 있겠다는 건가예?"
"그러지뭐.대한민국 육군이 이깐 밤바람 좀 맞는다고 탈나나? 어때? 정말 벗어주께"
仙이는 대답대신 더 내 곁으로 바싹 몸을 붙여왔다.
"옷은 됐어예.대신...바람만 좀 막아주면 덜 추울꺼라예"
부드럽게 흩어지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그순간 내 코끝을 간즈럽혀 왔다.
스르르 넘어지듯 쏠려오는 갸날픈 여인의 몸-
나는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두 어깨를 받아 안았다.
한줌도 않될줄 알았던 仙이의 몸은 의외로 내 가슴에 하나 가득 차고 있었다.
희미한 공원내 수은등 불빛이 두 사람의 머리위로 쏟아졌다.
따뜻했다.그녀의 온몸에서 뿜어 나오는 체온이 그렇게도 따뜻할수 없었다.
콩닥콩닥 심장뛰는 소리가 내 가슴에 여과없이 전달되어 왔다.
처음엔 반 무릎을 꿇고 윗몸만 내 가슴에 기대던 그녀의 손이 어느덧 내 허리뒤로 가만히
더듬어 왔다. 조금 가빠진것 같은 숨소리에 섞여나오는 향긋한 입냄새-
"사랑해.仙아"
나는 더 이상 참지못하고 와락 힘을주어 그녀의 온몸을 안았다.
"...저도 예..."
기어 들어갈듯한 음성으로 떠듬떠듬 말을 잇는 그녀의 몸은 추위 때문만은 아닌듯 갸날프게
떨고있었다. 순식간에 온몸을 휩쓰는 격정의 떨림-
나는 조용히 두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바쳐 올렸다.
그렇지 않아도 새하얗던 仙이의 얼굴은 이때 수은등 불빛 때문인지 아니면 또다른 두려움
때문인지 파랗게 질려있는것 같았다.
대리석같은 투명한 얼굴...길게 드리워진 속눈섭...그리고 그 아래 파르르 떨고있는 작디
작은 입술...불빛과 두려움에 범벅이 되어있는 그 파리한 입술위에 나는 가만히 내 입술을
덮었다. 싸늘하면서 보드라운 감촉...
仙이는 그 기름한 속눈섭을 조용히 덮고 내 입술을 받았다.

쏴아-하고 흘러가는 밤바람에 공원 한켠에있던 풀잎이 사그락 소리내며 적막을 깨트렸다.
내게서 얼굴을 뗀 仙이는 습기 가시지 않은 시선을 멀리 항구의 불빛에 보내며 아무말 없이
어깨만 가늘게 떨고 있었다.
첫 키스-그녀와 내가 만나서 처음 갖어본 첫 입맟음은 우리 둘에게는 엄청난 충격으로 그
여운을 몰고왔다. 웬지 큰죄를 지은것 같은 마음에 나 역시 아무말 못하고 그녀의 어깨에
손만 얹은채로 그냥 그렇게 그녀의 시선을 따라 항구의 불빛만 바라볼 따름이였다.
한참이 지난후. 먼저 침묵에서 깨어난 것은 仙이였다.
그녀는 조금 싸늘해진 한손을 더듬어 내 손을 꼭 잡더니 이렇게 소근거리듯 말했다.
"고마워예"
그제서야 나도 정신이 돌아온듯 그녀의 어깨를 다시 끌어 안았다.
"미안해.나 잘못했지?"
仙이는 개구쟁이마냥 키들거리고 웃더니 온 얼굴에 활짝 미소를 띠우고 나를 빤히봤다.
"뭐가예? 뭐가 미안하지예? 뭐를 잘못 했는데예?"
짖궂은 그녀의 추궁어린 말에 그제서야 나도 긴장이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나 仙이에게만은 이러지 않겠다고 다짐헸단 말이야.그런데....그게 미안해서야. 정말 나
욕하지 않지?"
"풋...어디예.저 욕 많이 할꺼라예. 珍이라는 사람 나쁜 사람이라고"
"그래? 그렇다면 나도 미안해할 필요 없겠네.마음대로 욕해.그럼 나도 속이 후련해 질테니까"
우리는 마주보고 큰 소리로 웃었다. 시간은 어느새 10시를 넘어 있었다.
"자~우리 아직도 술이 남았는데...어디 한잔 더 할까?"
"그래예.주이소예"
"괜찮겠어? 이러다 정말 취하는거 아니야? 늦으면 이모님께 야단 맞을텐데"
"뭐 어때서예.야단 좀 맞으면...저 술 취하면 데려다 주신다고 했지예?"
"그래 좋아.데려다 주면 되지 뭐.자 우리 다시 건배하자.이번엔 무엇으로 할까? 옳지.그래
이걸로 하자.우리의 첫 키스를 위하여!"
仙이는 얼굴이 홍시처럼 빨갛게 물들면서 잠시 머뭇거리나 싶더니 다음 순간 서슴없이 잔을
치켜올리며 제법 큰소리로 따라 외쳤다.
"우리의 첫 키스를 위하여!"
단 한번의 포옹과 단 한번의 입마춤이 서로를 이렇게 가깝고 대담하게 만드는 것인가.

공원의 시원한 늦은 밤바람은 술기운을 쉽게 식혀 주었다.
처음사온 두병의 술이 다 끝났는데도 아직도 모자란듯하여 마침 늦게까지 문을닫는 공원내
매점을 찾아 다시 소주 두병과 삼페인 한병을 더 사왔다.
항구 특유의 바닷내음과 멀리 정박해 있는 무역선에서 흘러나오는 불빛들을 안주삼아 仙이
와 나는 다시 술잔을 앞에놓고 가슴에 넘쳐나는 사랑의 정감을 주고 받느라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 나는소주 두병을 다 마셨고 仙이는 샴페인 한병을 어느덧 다 마셨다.
아마 우리는 둘다 젊음에 취하고 사랑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바람에 취하고 바닷불에 취하
여 끝내는 이 세상에 오직 둘만이 존재하는 착각속에까지 취했던가 보다.

仙이와 내가 정신이 퍼뜩들어 자리에서 일어났을때 공원내 너른곳에 인적은 뜸해지고 시간
은 어느새 열한시 반이 넘어 있었다.
큰일이다 싶어 나는 조금 흐트러져있는 仙이를 부축해 공원을 내려오면서조심스레 말했다.
"야단났군.지금 서둘러도 통금시간까지는 서대신동까진 못가겠는데.이걸 어쩌지.이모님이
야단야단 하시겠다. 큰일이네"
그제서야 仙이도 시계를 보더니 어쩔줄몰라 당황해 했다.
뛰듯이 서둘러 공원을 뒤로 하고 큰 대로로 내려왔을때 시간은 벌써 11시50분-
이미 버스는 고사하고 통금시간이 임박한지라 서대신동까지는 택시마져도 끊겨버린 뒤였다.
"어쩌면 좋겠니? 큰일이다.仙아"
내가 발만 동동 구르면서 안절부절못할때 仙이는 의외로 침착해 있었다.
그녀는 내 손을 힘주어 꼭 잡으면서 단호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걱정할거 없어예.내일 아침 일찍 이모집에 가서 출근준비해서 나오면 돼예"
나는 너무도 놀라 화들짝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뭐라고? 내일 아침에 간다고? 그건 안돼"
仙이는 다시 뿌리친 나의 손을 더듬어 잡았다.
"어쩔수 없는 거라예.이모한테는 친구 만나서 얘가하다 늦어서 자고 욌다고 제가 내알 잘
말씀드리겠어예"
"그래도 그렇지.이모님이 가만 계시겠어.仙이 혼자 나왔다면 몰라도 ...그런 변명 믿으실것
같아?"
이때 仙이는 돌연 깊은 숨을 몰아쉬더니 들릭락 말락 한 소리로 말했다.
"저는 예.珍씨를 믿어예 어떠한 일이 있어도예"
어떤일이 있어도 나를 믿는다는 仙이의 이 말은 나를 용기백배하게 만드는 촉매제역활을
했다.그녀가 이토록 나를 믿는다는데 내가 두려워해야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그래. 알았어.그대신 내 약속할께. 仙이를 끝까지 보호해주겠다고"
그녀는 이 말에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잡은 내손을 놓힐세라 더욱 힘을주어 꼬옥잡아왔다.

대로변을 조금지나자 길게뻗은 유흥가 거리가 나타났다.
열두시가 넘은시간인데도 휘황한 네온사인불빛은 너무 밝게 어둠을 비추고 있었다.
결심은 했지만 仙이는 무척 두려웠던 모양이였다.
여관 바로 앞까지는 용기있게 따라 왔으나 막상 문앞에 서자 그녀는 어쩔줄 몰라하며 자꾸
만 내 뒤쪽으로 쭈삣거리며 숨어들었다.
나 역시 여자와 이런곳은 처음경험하는 일인지라 두렵고 쑥스럽기는 마찬가지였지만
仙이가 저렇듯 어려워하자 오히려 용기를 낼수밖에 없었다.
머뭇거리는 그녀의 손을 끌듯이 잡은채 단걸음에 여관문을 밀치고 안을 들어섰다.
2층 객실에 안내를 받아 올라가는데도 仙이는 고개한번 제대로 들지못하고 내뒤에 숨어서
고양이 걸음으로 조심조심 따랐다.
이때의 그녀는 숨도 쉬지않는듯 마치 그림자처럼 움직였다.
욕실과 화장실 그리고 실내등의 위치등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고 종업원이 나간뒤에도
仙이와 나는 방안 한켠에 놓여있는 의자에 걸터앉아 서로 한마디도 못하고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질식할것 같은 이 대치를 먼저 깬것은 역시 仙이였다.
그녀는 자신의 위에 걸쳤던 반코트를 벗어구석에있는 옷걸이에 걸고 난후 멍하니 앉아있는
나를 향하여 수줍게 웃으며 닥아왔다.
"저...이제 옷 벗으시고 ...씻어야지예.하루종일 밖에 있었으니 먼지 많이 묻었을텐데..."
순간적으로 화들짝 놀라는 내가 그렇게 웃으웠던지,그녀는 탁자위 아무렇게나 던져있던
내 군모를 집어 옷걸이에 걸고난후 욕실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며 혼자서 까륵까륵 웃음
을 터트렸다.
물론 일부러 어색함을 감추기 위하여 과장된 행동을 취하는 것이라고 짐작은 갔지만 그런
그녀로 인해 한껏 굳어져 있던 나의 기분도 많이 풀어졌다.
알맞게 데워진 욕탕에서 겨우 얼굴과 손발만 씻고 나왔을때 仙이는 탁자위에 맥주와 안주를
가즈런히 준비해 놓고 마치 갓 시집온 새색씨가 밥상을 들고 시부모앞에 갔을때처럼 두 손을
다소곳이 앞에 모으고 한옆에 얌전하게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그녀의 그림속 꽃같던 그 아름다운 자태-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않을것 같은
그 아름다운 仙이의 모습은 영원토록 나의 가슴속에 각인되어 있으리라.

공원에서의 마신술이 뜨거운 온수에 목욕을 한 탓인지 갑자기 취기가 올라 머리마져 띵하니
어즈러웠다.
仙이는 내 앞에 그린듯이 앉아서 맥주잔에 거품이 가득하도록 술을 따랐다.
"답답하시지예.시원하게 드시소예"
"고마워.仙이도 한잔 같이 하지"
"어디예.저는 조금 있다가 세수하고 난후 하겠어예'
그래.그럼 지금 씻고오지.나도 기다렸다 마시면 되지 뭐"
"언지예.망칙스러 지금 어떻게 해예.전 나중에 세수하고 오겠으니 기다리지마시고 당신
먼저 드세예"
순간 나는 깜짝놀라 하마트면 들고있던 술잔을 떨어 트릴번 했다.
"아니..仙아.지금 뭐라고 했지? 날보고 뭐... 당신이라고?"
내가 너무 놀라자 그녀는 그 수정같은 새까만 눈동자를 깜빡도 하지않고 한참동안 나를
똑바르게 응시하더니 조용히 고개를 숙이면서 또박또박 말했다.
"전...그 말이 나쁜말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어예.지금까지 함께 사귀면서 언젠가는 그
말을 불러보고 싶었어예"
가슴이 터질것 같은 희열이 내 전신을 감싸왔다.
나는 와락 두팔을 벌려 격렬하게 그녀를 껴안았다.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할수 없어 그녀의 온몸을 더욱 더 으스러지도록 안았다.
仙이도 숨도 쉬지않은듯 한 호흡에 나를 마주 안아왔다.
조그만 그녀의 어디에 그런 힘이 있을까 할 정도로 힘차게 내 가슴에 파고 들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이렇게 사랑하는 우리에게 누가 어떤말로 그 사랑을 비유해 낼수 있겠는가.
이 순간만은 이 세상의 어느 누구보다도 더 행복한 그녀와 나.
그녀의 눈,그녀의 코,그녀의 입술,그녀의 길고 갸날픈 목덜미,그리고 그녀의 따뜻한 가슴...
이 모든것이그 순간만은 나의 전부가 되어 있었다.

무엇하나도 그 순간을 명확히 기억해 낼수 없었다.
다만 그때 내 품에 안겨서 숨도 제대로 쉬지못하고 오들오들 떨고 있으면서도 간신히 말한
그녀의 이 말만은 기억해 낼수 있을뿐이다.
"저는예...앞으로도 당신을 위해서라면 ...조금도 후회하지 않고...제 모든것을 ...다 바칠
꺼라예..."

이십삼년과 이십사년의 두 세월이 이렇게 시간과 공간을 추월하여 서로의 모든것을 하나로
합치는 성스러운 첫경험으로 승화되던날,
고요한 밤의 적막을 헤치고 멀리서 은은한 뱃고동소리가 부산의 어둠속으로 조용히 울려
퍼지고 있었다.

-1968년 10월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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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이들이 긴긴 여름날 별로 할일도 없어 무료할듯하여 여기 이 성님의 첫경험얘기를
펼쳐놓았노라. 좀 길지만 다 뼈가되고 살이되리니 지루타 말고 읽어보기 바라노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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