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별마당

기별게시판

47기 만감이 교차했던 순간...

페이지 정보

작성자 불량마눌 작성일 2006-05-17 17:09 댓글 0건 조회 778회

본문

충성!!
누굴 찾아 오셨습니까?

정문부터
삼엄한 검문과 질문에 몸을 움츠렸습니다.

죄를 지은 것도 없는데...

교도소라는 이름 석자가
왠지
선입견부터 좋은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
세상 사람들 마음의 문마저 차단시킨 것이 맞긴 맞나 봅니다.

하나밖에 없는 오빠의 아들 녀석이
군에 입대를 한 후 자대 배치 받은 곳이
군소속이 아닌 법무부소속인 경비교도대대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영등포 교도소였습니다.

말 그대로
교도소의 수감자들 생활 시설인 경비역할과
혹여 탈옥하려는 수감자들을 계호하는 등
군 소속과의 같은
2년이라는 복무 기간을 마쳐야 하는 경비교도대라 합니다.

현역으로 입대하여
이곳으로 배치 받는 것은 1000/1 의 확률로서
매우 드문 현상이지만
그 속에 조카가 포함되었다는 것이
처음에는 무척 의아하게 생각되었습니다.

집안에서 또한
처음 있는 일이라 서요.

오빠 내외가 아들을 군대에 보낸 후
중국으로 들어가 사업을 펼쳤기에 제가 부모 역할을 대신해야 했습니다.

오늘은
‘아버지 기 살리기’ 라는 이름 하에
경비교도대원들의 가족을 불러
말로만 듣고 뉴스로만 보아 왔던 교도소 현장내부와
그들의 생활을 잠시 엿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하였습니다.

교도소의 내부와 그곳의 생활을 스크린을 통하여 자세하게 보게 되니
지독한 죄를 짓고
얼굴 또한 험상 궂은 범죄자들로 인식이 되었던
일반인들의 고정관념을 깨어 버리는 그런 시간이기기도 하였습니다.

81년 영등포에 설립 후
낙후되었던 교도소의 시설을 개선시켰다는 정보와
교정 교육을 꾸준히 하고
많은 수감자들을 모범시민으로 탈바꿈하여
출소 시켰다는 그들만의 자부심을 강조하였습니다.

허나
시설이 개선되고
수감자들에게 대하는 인간적인 예우가
아무리 좋아졌다고 한들...

한세상 살면서 이런 곳은 절대 거치지 말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
또한 새삼 느끼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순간의 실수와
순간의 선택이
자기 자신을 철저하게 변화된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 수감자들!!

그 속에는
나름대로의 많은 사연들을 갖고 이곳에 수감되었겠지요.

요즘 들어 부쩍 늘어 난 경제 사범이 매일 이곳으로 들어오기에
그 안타까움이 더욱 가슴 아프게 한다며
조카 녀석이 제법 의젓한 소리를 들려주더군요.

정부에서 개인에게 고지하는 벌금을
기간 내에 완납하지 못하면
노역장에 유치되어 환형처분을 받게 된답니다.


하루에 몇 만원으로 계산하여 유치일수를 계산하게 되는데
이때
사회적 신분 재산관계 기타 상황을 참작하여
일당을 계산하고
그 만큼의 노역을 한 다음 풀려난다는
안타까운 경제 사범의 이야기는
어쩌면 우리네 삶의 일부분에 항상 도사리고 있는 현실이 아닌 가 싶어
듣고 있는 제 마음도 무척이나 무거웠습니다.

잔디밭에 깔아 놓은 가족들의 자리에서
각자 준비해온 음식들을 펼쳐 놓고
서로 가슴에 안고 있었던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그 순간
수감자를 태운 차량 한대가
가족들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나쳤습니다.

‘지금 들어오는 이 사람들은 또 어떤 사연으로 들어 왔을까’ 라는
안타까운 생각이 먼저 들어
음식물이 넘어 가지 않기에
결국
제 손에 쥐고 있었던 젓가락을 내려놓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조카의 근무시간이 겹쳐
남보다 짧은 면회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충성!!
안녕히 돌아가십시오.

굵직한 목소리를 뒤로 하고 돌아오는 내내
무엇인가를 두고 오는 것처럼
만감이 교차하는 묘한 감정 때문에
한참을 멍하니
그곳을 돌아보고 또 돌아보곤 하였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