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별마당
기별게시판
37기 황홀한 고독
페이지 정보
본문
갈잎
바람소리/김윤기
바스락 바스락 부서지는 온기에
내 시린 발을 맡기고
오늘 같은 날
진종일 걸어도 좋겠다
나목의 그늘에 누운 깡마른 저 숨소리
죽은 듯 살아 꿈을 꾸는가
고독했던 내 삶의 여정이 느릿느릿 파고드는 숲속은
불꽃 하나 튕기면 죄다 불타버릴 듯 메말라
참으로 메말라
사슴의 모가지를 빼 닳은 나의 고독은
나목의 가지 끝에 걸린 바람처럼 서럽게 울어 댄다
어찌하랴
이순의 끝자락에서 어쩔 수 없이 서러워 진
황홀한 이 고독을
미신의 해악이 무섭고
종교의 해악이 무섭고
신접하여 영험한 사람들이 넘처나고
신의 대행자도 넘처나는 세상인데
미생(未生)인 난
나보다 더 외로운 신(神)을 만나 낙엽진 길을 걷는다.
"님(神)께서는 화려하고 거룩한 성전을 버려 두시고
어찌하여 갈잎만 수북히 쌓인 이 외롭고 쓸쓸한 길을
저와 함께 겉고자 하십니까?"
"오늘 여기에 온것은 내가 아니라 너였으니
나는 태초부터 여기에 있었고 내일도 모레도 여기에 있으리라
걷자 너의 육신이 싸늘히 식기 전까지 나와 함께 이 길 걸으며
죽은 듯 살아있는 갈잎의 노래를 듣자구나
스쳐가는 바람결에 흔들리며 속삭이는 저 고독한 것의 친구가 되어
죽어서 다시 태어날 이 길을 함께 걸어보자"
나는 고독함으로 황홀하다
바라는 바 세상의 온갖 것을 어둠으로 덮어버리고 고요히 저물어 가는 석양처럼
수많은 인연을 끊고 조용히 늙어가고자 했던 나의 소망대로
하늘이 그 뜻을 받아드리셨음이다.
때로는 아버지 같고
때로는 친구로서 보이지 않는 에너지로 내 곁을 지켜주시는 이
오늘도 나는 그와 동행하는 황홀한 삶을 즐기고 있나니
- 이전글내가 나를 다스려야 한다 (15.7.16 목요일) 15.07.16
- 다음글인생은 긴 여행과도 같습니다 (15.7.15 수요일) 15.07.1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