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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황홀한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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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윤기 작성일 2015-07-15 22:04 댓글 0건 조회 28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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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잎


              바람소리/김윤기


바스락 바스락 부서지는 온기에

내 시린 발을 맡기고

오늘 같은 날

진종일 걸어도 좋겠다


나목의 그늘에 누운 깡마른 저 숨소리

죽은 듯 살아 꿈을 꾸는가


고독했던 내 삶의 여정이 느릿느릿 파고드는 숲속은

불꽃 하나 튕기면 죄다 불타버릴 듯 메말라

참으로 메말라 

사슴의 모가지를 빼 닳은 나의 고독은

나목의 가지 끝에 걸린 바람처럼 서럽게 울어 댄다


어찌하랴

이순의 끝자락에서 어쩔 수 없이 서러워 진

황홀한 이 고독을


미신의 해악이 무섭고

종교의 해악이 무섭고

신접하여 영험한 사람들이 넘처나고

신의 대행자도 넘처나는 세상인데

미생(未生)인 난

나보다 더 외로운 신(神)을 만나 낙엽진 길을 걷는다.

 

"님(神)께서는 화려하고 거룩한 성전을 버려 두시고

어찌하여 갈잎만 수북히 쌓인 이 외롭고 쓸쓸한 길을 

저와 함께 겉고자 하십니까?" 

 

"오늘 여기에 온것은 내가 아니라 너였으니

나는 태초부터 여기에 있었고 내일도 모레도 여기에 있으리라

걷자 너의 육신이 싸늘히 식기 전까지 나와 함께 이 길 걸으며

죽은 듯 살아있는 갈잎의 노래를 듣자구나

스쳐가는 바람결에 흔들리며 속삭이는 저 고독한 것의 친구가 되어

죽어서 다시 태어날 이 길을 함께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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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독함으로 황홀하다

바라는 바 세상의 온갖 것을 어둠으로 덮어버리고 고요히 저물어 가는 석양처럼
수많은 인연을 끊고 조용히 늙어가고자 했던 나의 소망대로
하늘이 그 뜻을 받아드리셨음이다.
때로는 아버지 같고

때로는 친구로서 보이지 않는 에너지로 내 곁을 지켜주시는 이

오늘도 나는 그와 동행하는 황홀한 삶을 즐기고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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