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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기 지고 지순한 모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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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영원과 사랑의 대화 작성일 2009-07-16 12:56 댓글 0건 조회 57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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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이름으로

전란기 어느 해 겨울 한 벽안의 선교사가 눈 덮인 시골길 다릿목을 지나가려니
다리 아래쪽으로부터 웬 간난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내려가 보니 한 남루한 여인이 추위와 굶주림에 지쳐 죽었는데, 그 품속에선
갓난쟁이 여자 아이가 아직 살아 울어대고 있었다.
심한 눈보라와 추위 속에서도 아이가 살아남은 것은 그 엄마가 자신의 옷을 벗어
아이를 꼭꼭 감싸 안고 죽은 때문 이었다.
선교사는 사람들을 불러 그 어미를 묻어 주고 아이는 자신이 거둬다 길렀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아이가 어느덧 열 살 쯤 되어 철이 들기 시작 할 무렵, 선교사는 한국 체제를 끝내고 돌아갈 처지가 되어 아이와 함께 미국으로 떠나게 되었다. 그런데 먼 이국 길을 떠나기 전 선교사의 배려에 따라 아이가 마지막으로 제 엄마의 무덤을 찾아가 하직 인사를 드리던 날이었다.
그날도 겨울 날씨가 쌀쌀하기 그지없는데 아이 혼자 언덕 너머 제 어미 무덤으로 올려 보낸 선교사가 아래쪽 길가에서 한참을 기다려도 올라오는 기척이 없었다. 내심 이상히 여긴 그가 언덕을 올라가 보니 아이는 그 차가운 바람기 속에 자기 옷을 모두 벗어 엄마의 무덤을 꼭꼭 싸 덮어주고 자신은 발가벗은 몸으로 하염없이 그것을 지키고 서 있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는 한 미국인 선교사가 한국 선교 시절을 회상한 책자에 나오는 실화로

서편제 하면 소설가 이청준 씨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분이 ‘머물고 간 자리 우리 뒷모습’ 이란 수필집 속에 나 오는 이야기의 한 부분입니다.

6.25동란이 할퀴고 간 생채기가 얼마나 비참했는가를 내 유년기를 돌아보며.

-동기생 정호교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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