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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기 [re] 강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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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동 월 작성일 2006-09-05 08:57 댓글 0건 조회 29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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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중년의 각도를 닮은
산을 올랐는데
산은 흥건한 땀 내음 아래에 있고
일정에도 없는 강을 보았다.

작은 창자같이 엉킬 수도 없는
운명으로 태어나
곧은 등뼈 같이 흐를 수도 없는
강물

산도 낮아
어디서 오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내 맘마저 낮아
어디로 가는지도 알 수 없었다.

숨 고르기가 끝날쯤
한 개비 담배를 물고
보이는 끝까지 눈 마중을 가서는
푸른 강물 위에
중년의 나뭇잎 되어 흘러보는데

한 가닥 뒷바람에 앞서기도 하였지만
잦은 맞바람에 제자리만 맴돌다가
흔적이 먼저간 긴 시간 뒤에
맞바람도 뒷걸음치는
폭 좁은 산 모퉁이로 접어들었다.

잡고 오를
쳐진 나뭇가지 하나 없는
절벽 아래서
세찬 소용돌이로 기다리는
강물

한번쯤은 줄 듯한
눈길마저 외면한 체
움 패인 산 뿌리만 적히며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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