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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기 너무나 자상한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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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량마눌 작성일 2007-02-12 11:34 댓글 0건 조회 74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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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누구세요?” 하며 문을 살며시 열고 내다보는 순간
강아지가 문 밖으로 튀어나가 필사적으로 잡으려하다 그만 허리가 삐끗했다.

갑자기 숨이 막힐 정도로 앉지도 못하고 서지도 못했다.
일어서지도 못하고 꼼짝 없이 누워 여러 날을 지내는 동안
통증은 심했지만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기도 했다.

“여보 ! 나 물 좀.”
“빨래 좀 널어야하는데…….”

평소에 시키면 불평불만이 많았었던 남편은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달려와서
모든 행동의 불편함을 자상함으로 보살펴 주었다.

‘아~ 이 행복이란.......’
물론 행복 속에 답답함과 미안한 마음도 함께 했지만.......

하루 종일 남편의 보살핌이 절실했던 난
평소보다 남편의 퇴근길을 무척 반겼다.

“어서 와요.”
“밥은 먹었어.”

남편이 행동 범위가 좁은 나를 위하여 주변에 먹을 것을 쌓아두고 가면
난 그 것을 먹으며 하루를 지냈다.

가만히 누워 하루를 지낸다는 것이 얼마나 무료하고, 답답하며,
자신이 서글프게 느껴진다는 것을 또 하루를 보내면서 알게 되었다.

내 자신이 할 수 있으면서 하지 않는 것과.......
내 자신이 하지 못하기에 못 하는 것은 엄연히 큰 차이가 있었다.

퇴근한 남편은 저녁 식사를 챙겨 주고 설거지 까지 끝마쳤다.

“이제 당신 침대에 가서 쉬어.”
하루 종일 사람의 그림자도 밟지 못하고 혼자 지냈던 나에게
남편은 또 배려를 해준다.

“당신 나를 침대로 보내 놓고 당신 혼자 편히 TV 보려고 그러지?”

평소에 TV을 무척 좋아하던 남편 대뜸 던지는 나의 말에 뜨끔했는지........
“아니야~ 당신이 힘들까봐......”
하며 코를 벌름거렸다.

남편의 특징이 자기 자신의 마음이 들켰을 때 웃음을 참느라고
행동으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이다.

“코를 벌름거리지 말고 그냥 웃지 그래.”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남편은 크게 웃어 버렸다.

“아니 난 당신 생각해서........”
계속 웃음을 터뜨리며 말은
“당신 생각해서.......”란다.

너무나 자상하게 나를 챙겨주려던 남편
비록 그 사람 자신의 속마음을 나에게 들켜버렸지만
나는 그 사람의 애교 섞인 코 벌름거리는 행동까지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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