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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소요-수락산을 정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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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요거사 작성일 2009-04-07 10:28 댓글 0건 조회 16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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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울도 완연한 봄이네.
어제부터 윤중로 벗꽃축제가 시작되었으니 바야흐로 천변만화의 계절 ㅡ

이 좋은 봄날
집에 만 있을수 없어 지난 일요일 월남전우 몇몇분과 수락산을 다녀왔다네.
이 소요도 이만큼 건강하다는 과시로 사진을 올렸으니 그냥 재미로 보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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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수락산은 한양백성들의 가장 손쉬운 휴식처인가 보다.
9시반 조금 넘어 도착한 수락역1번 출구는 그야말로 바글바글.
허어~ 저 아짐씨 참 멋지기도 해라.
동행해 보자고 작업걸어 볼까?

어제부터 열심히 다이얼을 돌렸지만 작전츨동요원은 달랑 네명ㅡ
이거 영~사령관 말빨이 씨알도 않먹힌다.
아무리 예비역이라 하지만 이렇게 명령계통이 않서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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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노구(?)를 이끌고 최성영 선배님이 도착 하셨다.
볼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참 건강하시게 보인다.
비결이 뭘까?
'삼지구엽초'를 열심히 다려 먹으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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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백하사님이 랜딩 ㅡ
서로 인사하는데 주위 사람들이 흘깃흘깃 쳐다본다.
분명히 요런 의심의 눈초리다.
"왜 저 두 노인네는 동생뻘 되는 젊은이와 같이 산행할까?" (누군 젊게 보여서 좋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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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틈을 비집고 썬그라스를 멋지게 쓴 정중위님이 출입구에 나타났다.
정확히 10시ㅡ
역시 대한민국 육군장교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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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입새 올라가는 코스는 날날했다.
뭐 이 사령관이 좀 노쇠한지라 체력을 배려한 전우들의 마음씀이겠지
(지금부터는 존칭을 생략함. 대한민국 군대에서 언제 사령관이 부하직원에게 '님'짜 붙이는거 밨남? 흘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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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우는 역시 지휘관답다.
스틱하나도 제대로 못 조립하는 백하사에게 '요렇게해라 조렇게 해라'
참 자상하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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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가파르지 않은데 백하사는 처음부터 실실 쳐지기 시작한다.
위에서 카메라 렌즈로 내려다 보니 .....쿡쿡.. 얼굴만 동안이지 머리꼭대기는 완전히 백록담....
오늘 우린 무지 고생하게 생겼다.
나중엔 저양반 업고가야 하게 생겼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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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 떡갈나무사이로 빠알간 진달래가 제법 꽃잎을 횔짝 열었다.
사진찍을 시간 있나하고 흘낏 내려다 보니 백하사는 어디쯤 오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위를 보니 정전우와 최전우 두 양반도 않보이고....
넉넉하게 관찰하고 한컷 찰깍 ㅡ

천하의 이 소요거사가 저 아릿다운 화림(花林)을 보고 시 한수 없을소냐.
「홀로 산창에 기대니 밤기운이 차가운데
매화나무 가지끝에 둥근달이 걸렸구나
구태여 산들바람 청해서 무엇하리
맑은 향기 저절로 뜰안에 가득차네 (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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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탄하던 산길은 어느덧 끝나고 군데군데 바위덩어리가 터억 가로막기 시작했다.
정전우와 최전우는 아직 젊은 나이라 별로 힘들이지 않고 오른다.
나도 저맘때는 훨훨 날았었는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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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뒤에서 쳐지던백하사가 그래도 바위길을 제법 오른다
엄청 다행이다.
만약 벌써부터 잡아당기고 끌고 한다면 저 앞 까마득한 곰바위는 어찌 오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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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전우에게 1차 명령을 하달했다.
"조기 앉아서 좃껍데기로 입가심 하자"
두전우는 사령관의 명령이라 그런지 암말앟고 있는데 젤 비시비실하는 백하사가 강력히 반대한다.
"쬐끔만 더 올라가 가믄 엄청 좋은곳이 있으니 그곳에서 합시다"

당장 명령불복종죄로 즉결처분하고 싶었지만 그냥 눌러눌러 참았다.

그날 본 사령관이 세번이나 똑같은 명령을 내렸지만 백하사는 세번 다 항명했다.
핑게는 매번 똑 같은거 ㅡ "조금만 더 올라가믄 좋은데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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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시꾼들과 등산꾼들의 얘기는 믿지말라 했다.
낙시꾼들 '엄청큰거 잡았다' 등산꾼들 '쬐끔만 가믄 된다....'

그날 결국은 점심먹을때 까지 우리는 좃껍데기는 고사하고 물한방울 제대로 먹지 못한채 갈증에 허덕이며
곰바위봉까지 올라야 했다.
무지 운 없는 날이였다.
매복나갈때도 옆전우를 잘 만나야 한다는 월남전 교훈을 처음부터 생각하고 편제를 짰어야 했는데...흑흑

이제 목표지점을 향하는 마지막 험난한 칼날바위길을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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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하사가 턱~ 폼을 잡고 서 있었지만 너무 얄미워 찍어줄까 말까 하다가 에이~우린 피흘린 전우인데..하고
참았다.
하긴 사령관쯤 되어서 부하직원이 술한잔 못마시게 한다고 사진까징 안찍어 준다믄 이건 너무
쫌팽이 짓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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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곰바위봉 정상에 올라섰다.
누가 말했다.
"우리 증거를 남깁시다. 혹시 차아무개 전우가 보믄 갔다오지도 않고 거짓말 한다고 또 트집 잡힐찌 모르니까..."
그래서 세장이나 빵빵하게 증명사진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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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안개속에 속세의 잔상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개암나무 욱어진 숲은 없어도
초가집 창가에 떨어지는 물방울은 없어도
원광법사(元光法師)가 지은 수락사(水落寺)는 그대로 남아있어
얽히고 섥힌 세속사 빨리 잊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끊으라는 청아한 풍경소리
늙은 나그네의 가슴을 파고 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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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흐르는 옥류(玉流)는 은빛폭포로 떨어지고
도처에 깔린 기암괴석은 산세를 이루니
예 왔던 시인 묵객 그 자취 어드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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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라 수락산을 예 듣고 이제 오니
청학동 찾아들어 옥류폭포 다달렀다
푸른송림 바윗길을 더듬어서 발옮기니
자하동에 돌아들어 금류폭포 바라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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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봉의 흰구름은 하늘가에 실려 있고
칠성대 기암괴석 금강산이 무색하며
내원암 풍경소리 저녁연기 물소리네
선인봉 열락대에 신선선녀 놀고가리,,.」

정허(正虛)의 <수락팔경(水樂八景)> 노래는 곳곳에 저리 배여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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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정(梅花亭)ㅡ
이 산꼬대기에 찰각정을 지어놓고 그 이름을 매화정이라 붙혔다니
옛 선인들의 품은 시심(詩心)이 저토록 은근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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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닥고개 매화정에서 속진(俗塵)을 털고 고개를 들어보니 멀리 독수리바위가 보이고
그 옆 형제바위도 산객을 부른다.
십여년전 한번 올라본 저산 밧줄타기가 못내 그리워 이케 선언했다.
"지금부터 저곳을 정복한다"
돌아보니 세 전우의 얼굴이 파랗게 변해 있었다.
그래도 정전우와 최전우는 최면 때문인지 아무런 말도 않고 서 있는데 백하사가 다리까지
후들후둘 떨며 이케 말했다.
"사령관님...그건 좀 고려 해 보심이...."
옆의 두 전우도 그말 듣고 살았다는듯 화색이 만면ㅡ

뭐~ 세사람이 싫다는데 어쩔것인가.
작전도 지휘관 혼자서는 할수 읎는것.
아쉽지만 포기하고 깔딱고개 4거리에서 우축 하산길로 접어들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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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좃껍데기술을 음미하는 시간이 도래했다.
회고해 보건데 본 사령관의 수십년 산행에서 오늘처럼 목말라 가며 산을 타 본적은 없었으리.
또한번 전우 선택을 잘해야 작전에 성공한다는 교훈을 깊히 각인하는 시간이 였다.

먹거리에 대해서야 뭐 애들처럼 자랑 허겄는가
다만 무려 세시간 넘게 침튀기며 월남전 얘기를 나누는 통에 갖고간 좃껍데기 두병, 발렌타인 한병이
모조리 빈병되어 나뒹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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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위님의 미국군수품을 한국에 보내는 공개못할 비하인드 스토리는 가슴이 뭉클했다.
그러한 숨은 공로가 있었기에 한국군의 현대화가 한발 더 앞섰다는 공감은 충분히 느껴졌다.
백하사의 실전경험담은 듣기에도 끔찍했다.
적의 시신을 어깨에 매고 뛰면서 담력을 기르는 얘기와 도망치는 베트공들을 차례차례 조준사격 하면서
<쾌감>을 느꼈다는 말엔 몸서리쳐지는 전율이 왔다.
아마도 바로 옆에서 죽어가는 전우의 죽음을 보면서 그 원수를 갚는다는 복수심에서 오는 쾌감이였겠지.
최전우의 헌병업무는 생소하지만 흥미로운 경험담이였다.
특히 초창기의 어려웠던 실정은 우리 한국군이 얼마나 고생을 하며 월남을 도왔던가 새로운 자긍심이 솟았다.

그 많은 야그를 여기 다 옮길수는 없는 노릇 ㅡ
다만 이 산행기를 보시는 우리 전우님들이 꼭 알고 계셔야 할 그날의 '히트전사'가 하나가 있으니 바로
<부채야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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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 스토리다.
'어느 병사가 베투공 부부를 생포했다. 오랜 금욕생활이라 참을수 없어 남편에게 손짓발짓으로 물으니
괜찮다 하며 허락을 했다. 한손에는 소충을 들고 일을 치루자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힐수 밖에...그때 곁에서 지켜보던 남편이 얼른 부채를 꺼내어 열심히 부쳐 주었다...'

킥킥킥....핫핫핫...깔깔깔...
물론 월남사람들의 윤리관에 대한 패러디겠지만 그 야그를 듣고 우리 셋이서는 뒤로 자빠질 정도로 배꼽을 빼고
웃었다. 더구나 이 야그를 한 전우는 웃지도 않고 만든 얘기가 아니고 취조기록에 분명 있던 사실이라고 근엄한
표정으로 엄청 강력하게 우기는 판이니....칵칵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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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은 그닥 험하지 않았다.
올라올때는 맥 못추던 백하사 내려올때는 제법 씽씽이다.
오를때 보다 내려올 때가 더 쉬운 모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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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의 백미는 하산주(下山酒)다.
특히 음식점보다 등산로 길옆에서 아무렇게나 걸터앉아 마시는 한잔술은 그 맛이 천하일품이니...
안주는 당근 도토리묵무침이고....

근데
바로 옆 좌석에서 한 묘령의 여인이 불쑥 나타났다.
"오빠~ 여기서 만나네~~"
순간 최전우의 얼굴이 쌔빨갛게 변했다.
당황하는 기색이 역역했다.
"아~ 이분 우리 동네 산악회 회원이세요"
누가 물어봤나?

그 여인 막걸리 한잔하고는 최전우에게 은근한 눈짓을 보내고선 자기 자리로 돌아갔는데.
난 왜 오늘까지 그거이 궁금할까?
둘은 꼭 무신 사이 같은데......
오늘 내가 삼지구엽초까지 한잔씩들 돌렸는데 혹시 그 힘으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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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한 산그림자가 기일게 여운을 남긴다.
무려 여덟시간의 오늘 산행은 즐거움 그것이였다.
자주 만나 이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면 늙은 노병들의 가슴속에도 조그마한 회춘의 움도 트일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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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앞에 당도하니 늘 보던 목련이 고개를 숙이며 반가히 인사 한다.
고새 그리웠던 모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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