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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가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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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없이 드높고 푸른 하늘이 열렸다
반딧불이 어둠 속을 수놓던 여름 밤도 사라지고
빨간 우체통과 편지는 또 어디로 사라진걸까?
통키타 반주에 가난을 잊고 낭만을 노래하던 더벅머리 젊은이들은
또 어디로 사라진 것이냐
산 위의 허공이 너무 넓고 높구나
내 삶의 내력 모두 삼키고도 태연한 저 오만한 빛
너무 푸르러 차라리 처연(凄然)한 슬픔
지독한 고독만 남겨진 허공
가을 빛 로망스여!
청춘을 따라 사랑도 가고
구름따라 내 마음도 흘러간다
오늘은 빨간 우체통에 엽서 한 장 부치고 와야겠다
춘자가 받아도 좋겠고 영자가 받아도 좋겠다
철수가 받아도 좋겠고 영희가 받아도 좋겠다
새 파란 청춘에 요절해 버린 얄밉고 야속한 마누라가 받아보면 더욱 좋겠다
어머님전 상서로 부치면 내 어머님 받아 보실까
저고리 깃 다졌도록 펑펑 우실것 같다
내 가슴 조차 울먹거린다
오늘은 빨간 우체통 앞에서
세상의 온갖 고뇌 다 접어두고
가을 빛 창연(蒼然)한 하늘 우러러
비둘기 한 마리
하얗게 띄워볼까나
네 남편도 네 것이 아니다
네 아내도 네 것이 아니다
이승에서 잠깐 만난 남자와 여자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잠시 의탁해 살다가
한 여자가 한 남자에게 잠시 의탁해 살다가
저승 갈땐 어쩔 수 없이 버리고 가는 것
결국 버려지는 것
불러보아도 대답 않는 것
뒤따라 가도 결국 만날 수 없는 것
결국 남남으로 되돌아가는 것
인연란 모두 허무한 것이다
남편의 무덤도
아내의 무덤도 다 소용없다
어짜피 인생은 한단지몽(邯鄲之夢)
살아있을 때 서로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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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어단파파님의 댓글
어단파파 작성일
글 중간 일부 떼어다 (34기방) "가을편지-" 덧글로
썼습니다.ㅎ
김윤기님의 댓글의 댓글
김윤기 작성일
황송합니다.
병치려 후 제대로 된 시 한편 짓지못했지요
머릿속이 그저 텅빈 깡통처럼 뭔가 써먹을만한 것이 다 사라졌다 싶어 낙심도 작지않습니다.
저의 의지를 시험해볼 기회라 여기며 노력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