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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선운사의 달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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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윤기
작성일 2017-10-1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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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밤 적막하여 별들의 속삭임이 들리고
이 한밤 고적하여 내 마음 달빛에 젖네
아득히 먼 곳에 친구가 있고
산 넘어 강 건너 먼 곳에 임이 있어도
그 목소리 귓전에 있고
그 마음 내 안에 있다.
산이 어둡고
달은 먼 곳에 있어도
달빛에 산이 젖고 이내 나도 젖나니
이 한밤
하늘에 젖고 땅에 젖어 달빛에 헤쳐진 선운사 돌담길
홀로 걷나니
실바람 가는 소리에 귀기우린 가난한 마음이여
구름처럼 가벼워 허공을 떠도는 정결한이여
그대 파란 꿈을 접고 하얗게 떠도는 내게로 오시게나
천년이 하루 같아도 하루가 천년 같아도
무딘 사랑으로 겹겹이 쌓아올린 견고한 나의 사랑을 허물어 주게나
허물어지고 또 부서지고 부서져 저 넓은 세상 깊은 곳까지 골고루 흩뿌려 주시게나
그대여, 자스민의 그윽함이여!
나의 생애가 다시 한 번 싹이 돋는다면 꽃밭을 거느린 숲이 되리니
새소리 물소리 흘러가는 숲이 되리니
그대 외롭고 서러운 날에 찾아도 좋을 숲이 되리니
먼 훗날 그 숲을 찾아들 임이시여!
그날까지 안녕하시라.
들꽃처럼 산과 들에서 유영하던
자스민의 향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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