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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가로수와 과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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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돈길 작성일 2017-12-02 08:10 댓글 1건 조회 59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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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로수와 과실수

                                                                                            2017.12.1

11월 중순인가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용인즉 우리 어머니 집에 감 따러 가자는 것이다. 갑자기 왠 감이냐 하고 물었더니 어머니께서 너도 보고 싶고 너의 친구들도 보고 싶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친구의 어머니를 찿아 뵙지만 금년 90대 중반이 되고보니 청각과 걷기에 좀 문제가 있고 나머지는 건강하셨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남편의 부인이다.

 

우리 친구 6~7명은 감따기를 시작했는데 감 따는것도 기술이 필요했다. 잘못 건드리면 바닦에 떨러져 상처가 생겨 감의 가치가 떨어진다. 그리고 집에 오니 목․어깨․팔도 아프고 요즘말로 상체는 종합병원인것 같았다. 그리고 감을 따는 자연의 즐거움은 말로 형언할 수 없었다. 인스탄트식품으로 먹거리가 풍부하다고 해도 천연과일의 맛은 입을 더욱 즐겁게 해준다. 틈틈이 나무 가지에 달린 빨간 홍시를 따먹은 그 맛은 시중의 감과 차별화될 뿐만 아니라 과일중 과일이였다.

감따기 완료 후 라면 박스 보다 좀 작은 것에 1박스씩 분배받아 집에 가지고 왔다. 집 베란다 선반에 오와 열을 맞추어 홍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새벽에 일어나 아침에 먹을 감을 2개 고르고, 익어가는 감은 앞으로, 좀 기다려야 하는 감은 뒤로 정리하는 것이 육체 노동이 아니라 정신적 휴양을 주는 느낌이 들었다. 며칠 지나자 홍시 한 개 두 개의 완제품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홍시를 집사람과 같이 하얀 접시에 놓고 2분의 1로 쪼개어 작은 스픈으로 떠먹는 감칠맛 그리고 씨에 붙어있는 쫄깃쫄깃한 살을 입속에서 발려 먹을때와 씨만 쏙쏙 빠져 나오는 상괘함은 어느 과일보다 양호한 것 같고 달콤한 향기를 경험을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어린시절을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하며 향수에 젖었다. 또 한 개 두 개의 빈자리가 생길때마다 섭섭하고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해서 내년에는 감을 익히는 선반을 늘리고 또 모과의 은은한 향기를 뿜어내는 작은 함지박을 준비할 계획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는 몇 그루의 감과 모과는 젓가락같이 가늘면서도 부러지지도 않고 주렁주렁 열려 있다. 감 잎은 모두 떨어져 앙상한 가지에 빨갖게 익어가는 감만 남아있고, 모과는 아직도 잎은 원래대로 초록색으로 있다. 모과는 주먹 2개 정도의 노랑색 모과가 드문 드문 달려 있는데 아침 저녁으로 그 감과 모과를 보면 “나무야 너는 나보다 오래 살겠다.”는 측은한 마음도 들기도 하고 너무나 보기도 좋아서 경비 아저씨에게 금년에는 따지말고 그대로 둡시다. 그리고 감독도 잘 하시라고 부탁도 했다.

 

필자는 고교시절 전공이 임과(林科)출신이어서 그런지 문득 이런 생각이떠올랐다. 우리나라 “가로수와 과실수”에 대해 생각했다. 가로수는 벚나무, 은행나무, 프라타나스, 소나무, 벗나무 등 다양한데 이런 가로수보다는 과실수로 감나무나 모과로 대체하면 어떨까하고 초등학교 동기모임에서 이야기 했더니 감이 익어 떨어지면 지저분하고, 매연가스에 찌든 감과 모과를 누가 먹겠냐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하고 곰곰이 고민한 결과 모과와 감은 먹는다는것 외에 농촌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서도 아름다운 퐁치로 인해 우리의 마음을 여유와 즐거움을 주고 미관상 기존의 가로수보다 비교우위가 있지 않을까. 지저분한 것은 은행나무나 프라타나스는 악취 등 휠씬 더지저분한것 아닌가.

 

또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는 말은 아닌 것 같다. 근래에는 모과도 종자개량을 해서 못생긴 모과가 아니고 잘 생긴 모과라고 하며 병충해에도 강하다고 한다. 특히 모과는 중국 명나라 때의 약학서(藥學書)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몸에 효능이 있다고 증명하고 있다. 즉 주독(酒毒)을 풀어주고, 가레를 제거, 멀미를 해소, 구워 먹으면 설사에도 좋다고 한다. 조선의 광해군 때 허준이 완성한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뼈를 강하게 하고 다리와 무릎에도 좋다고 한다. 필자는 어린시절 고뿔(감기) 걸리면 모과를 삶아 먹은 기억도 있고 모과 茶와 모과청도 유명하다.

 

벌은 1g의 꿀을 얻기 위해 3천300송이의 꽃을 찿아 다닌다. 노력없이 결실을 바라는 것은 감나무 아래에서 홍시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격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필자는 큰 노력없이 자연의 섭리에 의해 홍시를 먹게 되었으니 얼마나 축복인가

 

중국 고전에도 모과는 영원한 사랑의 의미로 회자되고 있다. 공자의 시경(詩經) 위풍(衛風)에 나오는 모과의 구절은

“그녀는 나에게 모과를 주었네 / 나는 그에게 옥돌을 주었네/...../ 그녀 랑 친해지고 싶어서”

당시 여인들이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으면 모과를 던져 주면서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즉 썩어 가면서도 향기를 잃지 않는 모과의 속성이 변치않는 사랑을 상징했다고 한다. 그래서 필자에게도 모과를 던져 주는 여인이 있다면......

                                   37기 최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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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기님의 댓글

김윤기 작성일

강릉 교동 사거리에서 강릉역 방향 가로수는 감나무로 조성돼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시민의 호응을 얻지못한 것 같다
풋과일 때 1차 낙과에 이어 단풍이 들기전에 2차 낙과가 발생하고 완숙 단계에서 발생하는 홍시(반물레기 포함)낙과는 통행에 불편을 주기도 하지만 우선 미관을 해친다는 것이다
한 때는 보기좋을 만큼 감이 익으면 야간을 이용해 몰래 털어가는 파렴치한 때문에 골치를 앓기도 했다 하더군
모과는 낙과시 충격이 작지않음으로 보행자의 안전성 문제도 그렇고 노랗게 익으면 하루 이틀만에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노릇임 ----  ㅋㅎ
여튼 시골의 맑은 공기를 마시고 익은 홍시야 말로 유년시절의 아름다운 추억과 함께 어우려진 일품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