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별마당
기별게시판
43기 풍경이 있는 Essay 29 - '친구에게'
페이지 정보
작성자 에이포
작성일 2017-12-03 17:52
댓글 0건
조회 768회
본문
살짝 기대는 했지만 성급히 첫눈이 내리고, 첫눈이 내리기 전에 스스로를 미처 떨궈내지 못한 단풍나무 붉은 잎들이 하얀 순수, 그 위에 떨어져 눕습니다.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는 순간입니다.
핸드폰으로 사진 몇 장을 찍어 갈무리를 한 후, 카카오 톡을 열어 친구에게 짧은 편지 한통을 써서 방금 찍은 따끈따끈한 사진 한 장을 얹어 보냅니다.
『 친구.
나는 가끔씩 자네 생각을 하는데
자네는 가끔씩 내 생각을 하는가?
첫눈 내린 저녁, 첫눈 위에 뚝뚝 떨어진 붉은 단풍나무 잎을 바라보며
창가에서 마시는 커피 잔 안에 자네 모습이 어려
차마 마시지도 못한 채 식어버렸다네.
그나마 그 진한 향기는 남아
자네 생각을 더 길게 할 수 있었던 오늘 하루는 그렇게 저물어 가고
달랑 달력 한 장을 남기고서도 우리는 먼 길을 돌아 서로 떨어져 있으면서 이렇게 그리워만 하고 있구만.
언제 만나 막걸리 잔을 기울리면서 우리 살아온 날들을 얘기하게 될까?
그립네 친구.
이제는 돈도 명예도 새끼들에 대한 기대도 내려놓고
무조건 건강만 하게.
그래야 언제라도 우리 삶의 소풍길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리니...』
- 이전글재경 43 송년모임 모습 17.12.09
- 다음글잊혀진 계절 17.12.0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