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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기 여름이 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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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西天 작성일 2008-08-21 17:56 댓글 0건 조회 29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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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가나 봅니다.

이 미련한 중생이 더위을 불평하고 있을 즈음
무상이라는 진리는 종각 옆 배롱나무 꽃을
더욱 붉게 물들이고 법당 앞 무화과를
달콤하게 익히면서 가을로 가고 있었습니다.

가꾸는 이 하나 없는데도 훌쩍 기둥을 올려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촌스럽지도 않은
모습으로 피어난 난초 꽃잎도
오늘 문득 돌아보니 어느 새 기둥만 솟아 있고
꽃잎은 갈색의 낙화로 맺혀 있습니다.

마당을 늘 비추는 햇살도
我相이 만들어낸 분별심으로 바라봄에
푸른 하늘이 녹아 흐르는 가을 빛으로
부서져 내립니다.

날개 짓도 없이 한가로이 날고 있는 잠자리 몇 마리가
시장 속에 자리잡은 포교당 극락전을
어느 산사 못지않은 운치로 그려내고
그리고
마음은 왠지 외로워지고
생각은 육신을 떠나 먼길을 헤메이고...

쉰 다섯해 세상을 살아온 인연으로
내게 부딛치는 바람앞에
나는 지금 가을속에 서 있습니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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