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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기 아름다운 존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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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돈길 작성일 2017-12-31 10:35 댓글 0건 조회 54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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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존엄사

                                                                                2017.12.31

필자는 어느덧 70살이 넘고 보니 존엄사는 남의일 같지 않다.

부모는 자식에게 생명을 주지만 자식은 부모에게 죽음을 준다고 한다. 우리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 필자는 아직도 어머님의 은혜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첫 소절부터 목이 메이고 눈시울이 뜨거워 끝까지 부른적이 없다. 죽는날까지 자식을 걱정하며 인생을 마무리하는 부모를 어떻게 존엄사(尊嚴死, death with dignity))하게 하는가 이래서 필자는 처음 존엄사를 ‘이건 아니다.’라고 반대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변하게 되었다. ‘긴 병 간호에 효자 없다’고 한다. 그리고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9명이 무리한 연명(延命)치료를 원치 않는다고 한다. 또 본인이 의식이 있을 때 죽음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국회․언론․학계 등 모두 반대가 없다. 그래서 2015.12.9일 웰다잉(well-dying)법이 통과되었다.

 

사실 존엄사 논쟁이 본격화한 것은 1997년 12월 보라매병원 사건 떄다.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하던 환자의 가족이 강하게 퇴원을 요구하자 병원측은 사망해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은 뒤 환자를 퇴원시켰다. 인공호흡기를 떼자 환자는 바로 사망했고 법원은 2004년 가족과 의사에게 각각 살인죄와 살인방조죄로 유죄를 선고했다.

 

존엄사를 인정하는 첫 판결이 2008년이다. 그해 2월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1년째 식물인간인 김모 할머니의 가족이 기계장치로 생명연장을 하지 않는것이 평소 환자의 뜻이라면서 치료 중단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같은 해 11월 존엄사를 인정하는 첫 판결을 내렸다. 2016년 1월 국회는 존엄사 조건과 절차를 다룬 연명의료결정법 일명 웰다잉(well-dying)법을 통과시켰다. 내년 2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시범적으로 시작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인생의 종말을 준비하는 ‘슈카쓰(종활․終活)도 인기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한다. 김광림 시인은 “나이 예순이면 살 만큼 살았다 아니다. 살아야 할 만큼 살았다. ....... 더 살면 덤이 된다.”라고 했다.

또 수년전부터 추진되고 있는 ‘불효자방지법’도 아직 초보적 단계다. 부모가 자식에게 재산을 증여한 후 부모를 제대로 부양하지 않으면 물려준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게 하는 법안이다. 우리 사회를 지탱해온 효 사상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것인지 안타깝다. 영국의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1889~1975)가 “한국의 생명수는 효”라고 극찬하며 눈물까지 흘렸다.

 

지난 10월 23일 시범사업이 시작되고 정부는 28일 ‘연명의료 시범사업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존엄사로 벌써 6명이 사망하고 2천명 이상 신청을 하여 사망 대기상태로 있다고 한다. 즉 “임종기에 연명치료를 안 받겠다.”는 사전의향서를 제출했다. 정부는 내년 1월 15일까지 시범사업은 끝내고, 이후 약 20일간 의향서 작성 등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가 2월 4일부터 본격적으로 연명의료결정 사업을 시행한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미리 자신의 입장, 즉 내가 연명치료를 원하는지를 분명히 해두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족들에게 정신적, 육체적 등 불필요한 부담을 줄 수도 있다.

 

필자도 요즘 추세를 보면 주위에도 경사보다는 애사를 더 많이 찿아가게 된다. 상가에 가면 얼마나 병치레하다가 운명했는가를 들어보면 상주들이 그 동안 고생많이한 것을 보면 웰 다잉이 중요한 것을 느낀다. 죽음에 관한 연구로 유명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마지막 순간에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하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마지막 순간에 자식을 원망하면서 세상을 떠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남아있는 가족을 위해서도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어주고 떠나는게 인지상정 아닐까. 그러고 보니 배려, 용서, 사랑 그리고 평안을 생각하게 되고 이것이 웰빙이자 웰다잉이다.

필자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이를 위해 “아름답게 존엄사”로 마무리하고 싶다. 그래서 자식들에게 말했다. 아버지는 요양원에는 가지 않겠다. 그리고 산소호흡기나 주렁주렁달고 고통스럽게 살고 싶지도 않다. 그러니 연명치료는 받고 싶지 않으니 집에서 조용히 운명토록 해야한다고 했다.

                                        37기 최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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