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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기 느린 걸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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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천명 작성일 2007-10-08 19:10 댓글 0건 조회 49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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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가득 느린 그림이 나오고,
슛 찬스를 놓치고 만
공격수의 썰렁한 뒷모습에서
화살같이 달아난
나의 시간들을 보았지.
다 쓰고 난 작전 타임 끝에
넘기지 못한 역전의 고비도 안타까웠어.
화면 가득 떠오른 패장(敗將)의 모습은
어제까지의 영광은 물거품이었지.

세월이 너무 빨라.
월요일의 긴장도 잠시야.
어느새 허둥지둥 토요일에 서있는 거야.
이러다 내가 가야할 목적지도
무심히 통과하고
허무의 술잔을 들게 될 지도 몰라.
아, 그렇지.
지난 일 중에서 놓치기 아까운 장면을
느린 그림으로 잡는 거야.
지나간 내 인생에는
몇 번의 아까운 장면이 있었는지.
꿈을 품던 젊음이 공중분해 되고
머리에 검은 염색약을 뿌려지기 전에.

걸음을 늦춰야겠어.
가슴에 꽁꽁 묶어서
비축해 놓았던 비자금 같은 사랑을
조금씩 조금씩 나누어주는 거야
지난 날에는 보이지 않던
어두운 곳의 아픔도 읽어야겠어.
주변을 돌아보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왜 이제야 했는지 몰라.

너무 빨리 돌아가는 세월이야.
느린 그림이 필요하지.
영상을 되돌려가며
나를 위해 느린 걸음을 배워야겠어.
일상에 떠밀리지 않고,
내 스스로 걷는 느린 걸음을 ....

목필균 / 느린 걸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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