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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기 친구야 - 축의금 만삼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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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봉래 작성일 2009-01-23 09:23 댓글 0건 조회 52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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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금 만삼천원

약 10 여년전 자신의 결혼식에
절친한 친구가 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데
아기를 등에 업은 친구의 아내가 대신 참석하여
눈물을 글썽이면서
축의금 만 삼천원과 편지1통을 건네 주었다...

[친구가 보낸 편지]
"친구야! 나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용서해 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아기가 오늘밤 분유를 굶어야 한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천원 이다.

하지만 슬프지 않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개 밥그릇에 떠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 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를 들려 보낸다.
지난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가서 먹어라.
친구여~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 다오.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있다."

                            - 해남에서 친구가 -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하나를 꺼냈다.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다 떨어진 신발을 신은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텐데...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가 가슴 아파 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 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가운데서서
             
[답장]
친구야! 술 한잔하자
우리들의 주머니 형편대로
포장마차면 어떻고 시장 좌판이면 어떠냐?
마주보며 높이든 술잔만으로도 우린 족한걸,

목청 돋우며 얼굴 벌겋게 쏟아내는 동서고금의 진리부터
솔깃하며 은근하게 내려놓는 음담패설까지도
한 잔술에겐 좋은 안주인걸,

자네가 어려울 때 큰 도움이 되지 못해 마음 아프고
부끄러워도 오히려 웃는 자네 모습에 마음 놓이고
내 손을 꼭 잡으며 고맙다고 말할 땐 뭉클한 가슴.
우리 열심히 살아 보자.

찾으면 곁에 있는 변치않는 너의 우정이 있어
이렇게 부딪치는 술잔은 맑은소리를 내며 반기는데...

친구야! 고맙다.... 술 한잔하자
친구야 술 한잔하자!

 -서울 쌍문동 "풀무야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는
  작가 이철환의 "축의금 만삼천원"이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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