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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기 야들아~ 내 맘 잘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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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량마눌 작성일 2007-01-14 04:27 댓글 0건 조회 87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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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를 맞이하자마자 빨리 노화가 오는가?
왜 이리 잠이 오지 않는지........
웬 할망구 흉내를 벌써 내는지........원 ㅉㅉ

새벽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통증에 오늘이 꼭 일주일째를 맞는다.
하루가 한 달을 보내는 듯
모두가 잠든 이 시간은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이
신체적 고통의 연속이며 마음의 장애마저 찾아온다.

일주일 중 흘린 눈물도 많았지만
웃지 못 할 작은 소동도 함께 일어났다.

잠이 오지 않을 때에는
새벽 두시.......를 지나.......
또 한 시간
그리고 또 한 시간을 보내기가 얼마나 곤혹스러운지
정말 잠 못 이뤄본 사람만이 그 고통을 실감할 것이다.

며칠을 반복하는 밤새우기와 한 판 승부를 하다
갑자기 깜찍한 발상이 떠올랐다.

이제 시집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새벽 시간에 신랑 굶기지 않고 출근시키려는
새 아기의 숨은 노력이 내겐 너무 안쓰럽게 다가왔다.

결혼 전 친정어머니께서 해주시는 잘 차려진 밥상도
출근 준비에 밀려 굶고 다니기가 일쑤였던 새 아기가
새벽 다섯 시에 아침 준비하랴, 씻고 화장하랴 분주한 모습이
한 편 기특하기도 했지만
퇴근 후 입술이 부르튼 모습을 발견했을 때 이내 마음이 동요되었다.

이러한 이유를 빌미로
새벽 두시부터 몸을 비틀다가
새벽 세시에 드디어 깜찍한 발상을 행동에 옮겼다.

버섯에 두부에다 마지막에 파까지 썰어 넣고 구수한 된장찌개를 끓여 놓고
다시 다섯 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아침에 뭐 더 특별한 반찬이 필요하겠는가?’
‘그저 따뜻한 국 한 그릇이면 되겠지?’
‘시간이 되면 국 들고 내려가 깜짝 놀라게 해줘야지.’
이 생각 저 생각에 혼자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다 다섯 시가 다 될 무렵부터 잠이 오기 시작했다.

‘젠장, 잠 좀 자려고 할 때에는 잠이 안 오더니.........’
깜빡 깜빡 쏟아지는 잠을 애써 외면하려고 노력했다.

십분 전, 오 분 전,
땡!!
다섯 시 정각에 난 행동 개시에 들어갔다.

‘아이들에게 이 따뜻한 된장국을 주면 무척 좋아하겠지.’
13층 엘리베이터에서 2층까지 내려가는 동안 잠깐 스치는 생각이었다.

쌀쌀한 새벽바람에 혹여 식을 새라
가슴에 포근히 싸안고 단숨에 내려갔다.

‘어라, 불도 켜져 있네.’
‘어~유 일찍도 일어났네.’
의심의 여지도 없이 난 초인종을 눌러댔다.

“띵~동 띵~동”
아무 반응이 없었다.

‘얘들이 지금 씻고 있나?’
‘그래도 한 녀석은 나중에 씻겠지........뭘.’
거침없는 생각이 행동을 강행하게 만들었다.

이번엔 초인종을 여러 번 눌렀다.
반복적으로.......
“띵~동 띵~동 띠~잉~동 ~띠~잉~동”

씩씩하게 누른 초인종 소리에
안에서 드디어 인기척이 들려왔다.

“누구세요?”
분명 아들 녀석의 목소리였다.

“엄마야.”
기다렸다는 듯 큰소리로 대답했다.

“덜~커~덕”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난 아들의 신혼 방에 씩씩하게 들어갔다.

“자~아 된장국.”
열심히 좋아할 모습을 생각하면서 끓여 온 된장국부터 내밀었다.

“엄마! 지금이 몇 시인데........요?”
시간을 물어 오는 아들 녀석의 모습을 바라보니 달랑 팬티 바람이었다.
(장가가기 전에도 늘 보아왔던 모습이라 당혹스럽지는 않았지만)

현관 앞에서 된장국을 받아드는 아들 녀석 뒤편에는
새 아기가 머리도 새로 빗어 묶고 옷도 단정하게 차려 입고 잠이 덜 깬 모습으로 서 있었다.

순간 난 사태파악에 들어갔다.

흐~미~
“미안하다. 미안해.”
“나 간다.”
정말 미안한 마음에 도망치 듯 문을 닫고 나와 얼른 엘리베이터에 몸을 맡겼다.

‘미쳤어. 미쳤어. 정말.’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연실 내 머리를 쥐어박았다.

생각해준다는 것이 그만
이렇게 푼수를 떠는 할망구로 순식간에 탈바꿈하였으니........
에~이~구
이 노릇을 어쩌면 좋을까?

회사에 출근하면 쉬는 시간을 이용하여 늘 전화를 걸어
“어머니 식사하셨어요?”
“식사 거르지 마시고 꼭 하세요.”
하며 인사를 잊지 않는 새 아기의 목소리를 우연인지 그 날은 들을 수 없었다.

‘나는 잘해주려고 한 것뿐이었는데........’

“야들아~ 니들 내 맘 잘 알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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