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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기 옛 추억을 회상하며......Story.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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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불량마눌 작성일 2006-05-29 16:24 댓글 0건 조회 80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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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방에 들어 설 때에
내 가슴은 뛰고 있었지
싸늘하게 식은 찻잔에
추억처럼 어리는 얼굴........

네 명의 남정네에게 시선 집중을 받은 한 여자는
싸늘하게 식은 찻잔을 들어 편히 마실 용기도 없었습니다.

뭐가 그리 좋은지 자기네들끼리 히죽이며
서로 주고받는 말의 내용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몸이 바짝 얼어 있었으니까요.

아~유~
지금 같았으면 그냥~ 아~유~
왼쪽다리 흔들며 코 한번 만지고.......
“아~유~ 아저씨들~ 서울 여자 첨 봐요? 예?”
이랬을 텐데........ㅋㅋ

역시 한 남정네를 대할 때 하고
여러 남정네 앞에 있을 때 하고 사뭇 다르더라고요.

하여튼
여러 가지 짓궂은 질문을 다 피하고
서울 여자친구 소개 시켜 줄 것을 약속하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현장을 빠져 나왔습니다.

다음 한 여자를 데리고 간 곳이
주문진 바닷가 어느 마을의 한 남정네 집이었습니다.

그곳은
연로 하신 부모님과 형님 내외와 2살 박이 어린조카가 살고 있는
한 남정네가 태어난 단독 집이였습니다.

저만 까마득히 모르고 쫓아갔지만
이 남정네의 가족들은 제가 오기를 기다리셨고
손님맞이를 하신다고 벽지도 꽤 비싼 것으로
깨끗이 새로 도배를 해 놓으셨습니다.

지병으로 고생하시고 계심을 한 눈으로 알아 볼 수 있는
한 남정네의 아버님은 거동이 불편하심에도
당신 아들이 데리고 온 처자가 마음에 드셨던지
마냥 싱글벙글 하셨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며 그때 시 부모님 생각에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그때 그렇게 좋아 하셨던 두 분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이미 두 분 모두 세상에 안 계시니
생전에 못해 드렸던 부분이 가슴에 남아
코끝이 찡해 집니다.

바닷가 특산물인 해산물로 한상 가득 차려 주시고는
“많이 먹으라"고 하셨습니다.
“아~이~구 허리도 그다타게 약해 같구.......”
부모님들께서는
호리호리한 제 모습이 마음에 걸리셨나 봅니다.

어른들의 보시는 관점에서
며느리 감은 엉덩이 펑~퍼~즘 하니 그저 실한 여자가 제일인 것을.......
그래도 어쩌시겠습니까?
당신 아들이 좋아한다며 데리고 온 처자인 것을.......

늦은 저녁상을 물리고
“피곤할 터이니 어서 건너가 쉬라”고 하셨습니다.
이 남정네 형수님의 안내로
꼼짝없이 남정네와 저와 서로 떨어져 형수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무리 같은 여자이지만 서로 초면이인지라 어색하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그동안 정담을 나누었던 이 남정네가 편하지만
어디 한방을 쓰라고 내어 주시겠습니까? 으흐흐흐

이 남정네 형수님께서
“아니~ 우리 서방님은 어떻게 만났어?”
“나도 고향이 경기도 구리시 인데.......” 하고
먼저 말을 건네셨습니다.

그리고
묻지도 않은 한 마디가 저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얼마 전에도 한 아가씨가 다녀갔는데........”
“그 아가씨는 글쎄.........”
“아버님이 뒤로 돌아 앉으셔서 얼굴도 보지 않으시는 거야.”
“아마 아래지방 여자라고 마음에 걸리셨나봐”

세상에 이런 일이........
아래 지방이고 뭐이고 다른 말은 하나도 들어오지 않고
“얼마 전에 다른 여자가 다녀갔다”는
이 한 마디가 저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속으로 ‘나쁜 넘’ 을 외치고 있는데
2살 박이 남정네의 조카가 옆으로 다가 와서는
자꾸 낯 설 은지 제 얼굴을 쳐다보며 입을 삐쭉이는 것이였습니다.

속은 상하면서도 어찌하겠습니까?
일단 아기한테 화풀이 할 수 없어 “까~꿍” 하며
잘 보이려고 얼굴을 만졌더니
갑자기 이 아기가
‘으~아~앙’하며 큰 울음을 터뜨리는 것 이였습니다.

‘아~이~구~ 이 아기마저 왜 그럴까’
당황스러워 울지 말라고 달래 보았지만
저 대신 울어 주려는지 아기의 울음소리는 부모님이 계시는
다른 방 까지 크게 울려 퍼져 버렸습니다.

“야~야! 왜 아이를 울리느냐?”
건너 방에서 들려오는 한 마디 호통 치시는 말씀을 뒤로 한 채
식은땀을 흘리며 고통의 밤을 보내야했습니다.

다음 날 궁금하시지요?
조금 기다리시겠습니까?
저도 냉수 좀 마시고 다시 시작 해야겠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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