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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범슨의 스페인축구견문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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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축구가 좋아요 작성일 2016-01-20 09:59 댓글 0건 조회 4,99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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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 김학범 성남FC 감독은 ‘유학파’다. 1999년 이후 다양한 나라에서 축구를 배웠다. 남미의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유럽의 잉글랜드,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그리고 북중미의 멕시코 등 축구 선진국들을 방문해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김 감독은 지난 12월 다시 한 번 ‘단기 유학’을 떠났다. 시즌이 끝나자마자 쉴 새도 없이 스페인행 비행기에 올랐다. 세비야와 아틀레티코마드리드 등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명문팀들의 지도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서였다. 3일부터 23일까지 약 20일간 스페인에 체류하며 선진 축구를 경험했다. 세비야와 아틀레티코에서 각각 열흘씩 머물렀다. 김 감독은 두 팀의 훈련 프로그램과 실전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 최근 유럽에서 떠오르는 지도자 중 한 명인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감독, 2013-14, 2014-15시즌 연속으로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끈 우나이 에메리 세비야 감독의 지도 방식을 간접 경험했다. 

스페인은 최근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갖춘 리그로 평가받는다. FC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라는 두 거대 구단뿐 아니라 아틀레티코, 세비야, 발렌시아, 비야레알 등은 UEFA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등 주요 대회에서 꾸준히 성과를 낸다. 김 감독이 이번 행선지를 스페인으로 정한 이유다. 특히 아틀레티코는 시메오네 감독 부임 이후로 전력이 급상승했다. 바르셀로나, 레알과 우승 경쟁을 할 정도다. 김 감독은 특히 아틀레티코 축구에 매료됐다. 

#1. 기술만 좋다? 사실 체력 차이가 더 크다
스페인 축구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것 중 하나가 기술이다. 스페인은 선수들의 기술 수준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흔히 말해 공을 ‘예쁘게’ 차는 선수들이 많다. 공격수들뿐 아니라 수비수들도 기본적인 기술이 뛰어나다. 기술은 ‘티키타카’의 전제조건 중 하나다. 기술이 없으면 점유율 축구를 하기 어렵다. 특히 공을 소유하는 능력은 현대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김 감독은 “전에 (박)지성이와 (이)영표가 네덜란드에 있을 때 가장 힘든 게 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패스라고 답하더라. 패스를 약하게 주면 그렇게 화를 낸다고 했다. 패스가 약하면 상대와 경합하게 되고 다칠 수가 있으니까. 그래서 오히려 세게 주는 게 낫다고 그러더라. 강한 패스를 못 잡으면 그건 100% 자신 탓으로 돌린다고 말했던 게 기억에 난다. 그만큼 기술이 좋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유럽, 특히 스페인 선수들의 기술이 좋다는 말에는 이견이 없다. 

여기서 발생하는 편견이 체력에 대한 부분이다. 기술이 워낙 뛰어나다 보니 상대적으로 체력의 우월함은 드러나지 않는다. 김 감독은 “흔히 스페인 선수들은 기술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이다. 공을 잡아놓는 기술이 좋다. 퍼스트 터치의 수준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며 “그렇다고 스페인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K리그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내가 본 스페인 선수들은 체력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세비야와 아틀레티코의 훈련량을 예로 들어 스페인 선수들의 체력 수준을 설명했다. “세비야가 챔피언스리그 유벤투스전 대비하는 걸 봤다. 훈련량이 정말 많다. 시즌 중인데도 우리나라 선수들이 절대 못 쫓아갈 정도의 양이었다. 아마 우리 선수들 수준이라면 3분의 1 정도밖에 소화하지 못할 것이다. 훈련량이 많고 시간도 길다. 내가 그렇게 말하면 진짜 힘들게 훈련하는 거다. (웃음) 아틀레티코도 마찬가지다. 시메오네 감독은 체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도자다. 전체적으로 K리그와 비교하면 훈련의 강도와 양, 시간에서 모두 그 쪽이 앞선다. 경기에서도 마찬가지다. 90분간 페이스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특히 아틀레티코는 더 그랬다. 현지에서도 시메오네 감독을 징그럽다고 하더라. 그만큼 체력을 강조하는 감독이었다.”


#2. 체력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같은 축구 선수들이다. 종족적 특성의 차이를 빼면 대부분 어려서부터 축구를 했다는 배경에는 스페인, 한국 선수들 사이에는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스페인 선수들은 어떻게 수준 높은 체력을 만들었을까? 이유는 다양하다. 인종의 차이일 수도 있고, 개인차가 날 수도 있다. 현지에서 세비야와 아틀레티코를 관찰한 김 감독은 크게 두 가지 배경을 꼽았다. 

첫 번째는 ‘시스템’이다. 선수 개인에 맞게 체계적으로 관리할 결과 스페인 선수들이 우수한 체력을 얻었다는 게 김 감독의 결론이다. 김 감독은 “이번에 가서 보니 그 두 팀은 관리하는 방법이 달랐다. 개별 데이터를 바탕으로 능력을 극대화시킬 만큼 세부적인 요소까지 관찰하고 체크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었다. 한 명 한 명에 대한 정보가 정말 디테일하다. 경기가 끝나면 체혈을 해서 피로도를 체크한다. 팀 닥터도 여러 명이다. 그렇게 관리를 하니까 한 시즌 동안 수준 높은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이 분야에서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의 축구 선진국들을 따라가지 못한다. 최근에는 피지컬 분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하게 노력하지만, 아직까지는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김 감독은 “결국 우리도 요새 피지컬 쪽 지도자들을 만들려고 하지 않나. 거기는 이미 몇 십 년에 걸쳐 시스템을 만들었다. 지금 그 결과가 나오는 거다. 아틀레티코 피지컬 코치는 스페인에서 매우 유명하다고 들었다. 워낙 능력이 좋아 여러 곳에서 제의를 받는데 시메오네 감독이 절대 안 놓아준다고 하더라. 그만큼 중요한 자리다. 우리도 우리에 맞게 따라가려고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이 꼽은 또 다른 배경은 기술의 차이다. 기술이 워낙 좋아 체력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공을 쉽게 빼앗긴다. 어렵게 공을 잡고 쉽게 내준다. 그걸 다시 빼앗으려면 불필요한 체력을 소모하게 된다.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을 모른다. 스페인 선수들은 기술이 워낙 좋다. 그런 점에서 쓸데없이 체력을 쓰지를 않는다. 스페인 선수들이 효율적으로 체력을 쓰기 때문에 한국 선수들보다 체력이 좋아 보일 수도 있다.”

#3. 강팀과 약팀은 훈련 분위기부터 다르다
김 감독은 이번 연수에서 세비야, 아틀레티코 외에 헤타페에도 잠시 다녀왔다. 흥미로운 것은 라리가에서 상위권인 세비야, 아틀레티코와 달리 중위권에 있는 헤타페의 훈련 풍경이 180도 달랐다는 점이다. 그는 “세비야와 아틀레티코는 훈련이 전쟁이었다. 정말 치열했다. 웃음기 하나 없이 선수들이 진지했다. 감독도 소리를 치고 열정적으로 지휘했다. 그런데 이와 달리 헤타페의 분위기는 ‘널널’했다. 웃고 떠들고 진지하지 못했다. 단순히 밝은 게 아니라 어수선했다. 집중, 몰입하지 못하는 게 눈에 보였다. 그게 팀 문화, 혹은 감독의 차이일지는 모르겠지만 내 경험상 강팀들이 훈련을 더 진지하게 한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이 말하는 훈련에 임하는 태도는 곧 실전 능력으로 연장된다. 김 감독은 “외국 선수들을 보면 훈련에서만 골을 넣어도 정말 기뻐하고 좋아한다. 막 세리머니를 하는 애들도 있다. 우리 선수들은 그냥 무덤덤하다. 넣어도 못 넣어도 미지근하다. 과거에 함께했던 샤샤는 달랐다. 정말 진지하게 슈팅 연습을 했다. 어떻게 해서든 골을 넣기 위해 몸을 날렸다. 그 선수가 얼마나 좋은 선수였나? 우리 선수들은 그런 집중력, 집요함이 부족하다. 스스로 훈련에 몰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훈련에서의 태도가 실력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K리그 선수들과 비교하면 어떨까?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훈련 나오면 말이 없다. 도살장 끌려나온 표정을 짓는다. 우리는 눈치 보면서 운동하는 게 문화였기 때문이다. 감독, 코치가 없으면 집중 안 하고 딴 짓을 한다. 중요한 건 훈련과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태도다. 훈련에서 100%를 다해야 성장할 수 있다. 잘하는 선수든 부족한 선수든 열심히 훈련에 임하면 성과를 내는 게 당연하다"라고 말했다.  

#4. 자유롭다고? 진짜 프로의 의미는...
유럽 축구에 대한 이미지 중 하나는 ‘자유’다. 감독, 구단은 선수들에게 자유를 보장하고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프로 의식이 자유를 보장하는 것의 전제조건이다. 김 감독은 스페인 선수들이 철저하게 프로페셔널하다고 강조했다. 훈련, 경기에 대한 면에서는 자유가 아닌 감독의 의지가 가장 우선시된다는 의미였다. 

“유럽은 훈련, 경기에 대한 감독의 영향력, 간섭이 훨씬 크다. 아무리 큰 선수라도 그걸 다 인정한다. 우리 선수들 같은 경우 유명하거나 자기가 좀 잘나간다고 생각하는 선수는 지도자가 자기를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좋은 생각도 아니다. 모든 선수는 지도자 앞에서 같은 대우를 받는다. 프로는 자기가 한 일에 대해 책임지는 게 프로지 자유를 보장하는 게 전부는 아니다. 지성이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 있을 때 호날두를 봤는데 그땐 진짜 천방지축이었다. 선수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 이틀만 시간을 주면 포르투갈에 다녀오고 적응 못하던 시절이었다. 지금 레알에서 어떤 줄 아나? 전에 레알에 간 적이 있다. 호날두는 훈련 시작 두 시간 전에 와서 준비하더라. 꼼꼼하게 웨이트하고 스트레칭하고 훈련에 나갔다. 옛날에 지네딘 지단과 루이스 피구도 봤는데 그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한다. 한 번은 경기 후에 지단 몸 상태가 좀 안 좋으니까 피지컬 코치가 따로 훈련을 시키더라. 그런데도 아무 소리 안 하고 열심히 하더라. 우리나라에서 베테랑한테 그렇게 하면 어떨 것 같나? 입부터 나온다. 전에 로이 호지슨 감독이 있을 때 풀럼에서 연수를 한 적이 있다. 그 감독도 선수들을 고등학생 대하듯이 가르쳤다. 수비 위치를 직접 지정해가면서. 그래도 선수들이 싫은 표정을 안 짓는다. 진짜 프로는 그런 거다. 자유를 달라고 노래 부르는 게 아니라 자기의 책임을 다하는 게 유럽 스타일이다. 스페인도 마찬가지고.”


#5. 감독은 영원하지 않지만, 구단은 영원하다
아틀레티코는 1995-96시즌 이후 무려 19년이 지난 2014년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시메오네 감독이 만든 성과다. 그는 최근 유럽에서 가장 뜨거운 지도자다. 첼시를 비롯한 복수 구단의 러브콜을 받을 정도다.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전술적 능력은 아틀레티코를 스페인을 넘어 유럽에서 강한 팀으로 만들었다. 김 감독도 “그 감독은 참 멋지더라. 트레이닝복을 입었을 때에는 외부인을 안 만난다고 하더라. 옷을 갖춰 입은 상태로 만나기를 원했었다”며 “지도력이 있는 감독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내기 위해 어떤 과정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감독 한 명의 영향력이 참 커 보였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김 감독이 더 주목한 것은 시메오네 감독이 아니라 구단의 정책과 시스템이었다. 감독은 영원하지 않지만, 팀은 영원하다. 감독 한 명에게 의지하는 것은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아틀레티코 입장에서는 당장 시메오네 감독이 이적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그에걸맞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김 감독은 “내가 감명 받은 건 아틀레티코와 세비야 모두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이었다. 아틀레티코 유스팀을 총괄하는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했는데 프로와 다르게 간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프로는 감독이 바뀌면 모든 게 바뀐다. 하지만 유스팀 정책은 거기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프로와 별개로 운영한다. 프로 감독이 바뀌어도 정책은 계획한 대로 쭉 간다. 맞는 이야기다. 프로는 감독이 수시로 바뀌지만, 유스는 아니다. 우리도 그런 식으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세비야는 프로팀 스카우트만 16명이 있다고 들었다. 매해 스카우트들이 1200명의 선수들을 골라 비디오를 본다. 한 사람이 보통 하루에 비디오를 4편 본다. 거기서 또 대상을 600명, 포지션 별로 안배해서 추린다. 그 다음은 300명이다. 그때부터 실사를 나간다. 스카우트 대상자를 300명 확보하는 거다. 그 와중에 누가 이적하면 리스트에서 대체자를 찾는 거다. 스카우트 16명을 써도 선수 한 명만 잘 팔면 손해가 아니다. 효율성도 극대화할 수 있다. 감독 한 명이 보고 데려오는 것과 여러 명이 검토한 것의 차이는 크다. 훨씬 효율적이지 않겠나? 그게 세비야의 힘이다. 얼마나 훌륭한 시스템인가?”라고 설명했다. 

#6. 나의 유학은 계속된다
서두에서 설명한 대로 김 감독은 거의 매 해 해외에 나가 축구를 본다. 단순히 보는 걸 넘어 체험한다. 김 감독이 국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는 “1999년 이후로 한두 번 빼고 매번 나갔다. 이번에는 우리 코치들도 보냈다. 김영철, 김해운 코치는 네덜란드에 다녀왔다. 이영진 코치는 독일에 다녀왔다. 김호영 코치는 크로아티아와 이탈리아를 봤다. 난 스페인이었다. 일부러 구단과 접촉하는 방법을 안 알려줬다. 알아서 해보라고. 나는 처음에 가서 진짜 고생했다. 그래도 뭔가 한 가지라도 보고 올 게 있다. 그래서 나가라고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이 공부하는 지도자를 얻는 이유는 간단하다. 현대 축구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다. 축구도 유행이 있다. 몇 년 전까지 세계 축구를 지배했던 ‘티키타카’가 지난 월드컵에서 압박, 활동량을 앞세운 축구에 몰락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트렌드는 늘 바뀐다. 내가 남들보다 먼저 전술 변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나가서 미리 보고 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변화는 선진국에서 먼저 시작한다. 그걸 얼마나 빨리 가져오느냐가 관건이다. 시간 줄이는 것도 큰 성과다. 그래서 나는 늘 그런 갈증이 있다. 아마 이 짓 끝날 때까지는 계속 가지 않을까?”

인터뷰=정다워, 사진=FAphotos/우나이 에메리 감독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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