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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감독, 왜 지략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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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축구사랑 작성일 2007-04-03 09:44 댓글 0건 조회 4,07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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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범 감독, 왜 지략가인가?
[플라마] 역시 김학범 감독은 '지략가'라고 불릴 만했다. 김학범 감독은 이번 시즌 우승을 놓고 다퉈야 하는 수원을 상대로, 효과적인 선수 운용과 교체 등으로 상대의 의지를 꺾어나가는 훌륭한 지휘력을 선보였다.

4월의 첫날,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펼쳐졌던 성남과 수원의 삼성 하우젠 K 리그 2007 4라운드에서, 홈팀인 성남 일화가 김동현 선수의 두 골과 김상식 선수의 득점에 힘입어 수원을 3-1로 완파하고 리그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우승 후보 간의 첫 번째 리그 대결로 많은 관심을 모았던 이번 경기에서 성남과 수원은 전반 10분 만에 한 골씩을 주고받으며 치열한 경기를 예고했다. 하지만, 성남은 후반 선수들의 경기 집중력과 김학범 감독의 전략이 빛을 발하면서 쉽지 않은 상대였던 수원을 3-1로 제압했다.

왜, 김학범 감독을 지략가라고 부르는가?

K 리그 14개 구단 감독들 가운데 가장 전술적인 완성도와 경기에 대한 임기응변이 뛰어난 감독을 꼽으라면 아마도 많은 사람은 성남의 김학범 감독을 거론할 것이다. 선수들 개개인에 대한 확실한 파악과 그 선수에 맞는 포지션 선정, 그리고 경기 중 수 없이 돌출하는 변수들에 대한 빠른 판단과 그에 대한 대처 능력은 김학범 감독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다.

또, 전체적인 경기를 읽는 눈이 탁월하다는 것도 김학범 감독의 장점 가운데 하나다. 흐름을 잘 파악한다는 얘기다. 공격의 흐름과 위기의 흐름 등을 잘 파악하고 거기에 대응할 수 있는 전술 변화와 선수 교체 등으로 경기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는다. 특히 경기 중후반 그가 실시하는 선수 교체는 무척 적절한 시간대와 대상으로 이어진다.

이번 수원과의 경기에서도 김학범 감독은 자신이 왜 뛰어난 지략가라고 불리는지에 대한 확실한 해답을 보여주었고, 난적 수원을 상대로 귀중한 승점을 챙길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 수원과의 경기에서 보여준 김학범 감독의 판단과 선택은 어떤 것이 있었을까?

▲김학범의 선택 1-한동원을 무시하다

이번 성남과 수원과의 대결에서 많은 축구팬의 시선은 한동원이란 어린 선수에게로 쏠려 있었다. 지난 두 차례의 올림픽 대표팀의 경기에서 두 골을 폭발시키며 박주영 일변도였던 올림픽 대표팀의 화두를 단번에 자신에게로 돌려놓았기 때문이다. 이런 기대의 흐름은 '과연 리그에서도 잘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이어졌고, 그 물음의 대한 해답을 수원전에서 볼 수 있길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학범 감독은 한동원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절정의 컨디션을 보이며 상승세에 올라 있는 선수를 그리고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선수를 제외한다는 것은 쉬운 선택이 아니다. 물론 성남이 한동원을 능가하는 많은 스타를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감독의 입장에서 그런 판단을 내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김학범 감독은 처진 스트라이커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한동원을 넣어 전체적인 전술의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이미 정해진 전술 속에 가장 최적화될 수 있는 선수들의 조합을 선택했다. 김두현을 중심으로 전방 일선에 모따-김동현-네아가를 투입시키며 약한 수원의 중앙 라인을 집중 공략했고, 결국 김학범 감독의 이 선택은 세 골이라는 풍성한 기록을 만들어냈다.

만약 김두현을 대신해 한동원을 투입한다거나 김두현과 한동원이 모두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 공격 라인에 변화를 시도하는 모험을 감행했다면, 노련한 선수들이 많은 수원을 상대로 곤란을 겪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김학범 감독은 이번 경기에서 중심에 서 있었던 한동원을 벤치에 앉혀 놓고, 현재 상황에서 성남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전술로 수원을 상대했던 것이다.

▲김학범의 선택 2-기막혔던 선수 교체와 타이밍

성남은 1-1로 맞선 후반 4분 김상식의 추가골과 17분 김동현의 득점이 연이어 터지면서 비교적 이른 시간대에 두 점차 리드를 잡았다. 두 골이라는 차이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막강한 공격력을 갖고 있는 수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도 없는 점수였다. 더군다나 수원은 세 번째 실점 후 안정환을 투입하며 대공세의 전주곡을 울렸었다.

세 번째 실수 이후 수원은 공격에 올인할 수 있는 명분을 찾았고 안정환의 투입으로 전체적인 무게 중심이 전방으로 확실하게 쏠렸다. 두 골을 넣어야 최소한 비길 수 있다는 선수들의 위기의식도 수원이 보다 적극적인 공세로 나올 수 있었던 이유를 제공했다. 안정환의 투입 후 수원은 자신들의 의도대로 경기를 장악하기 시작했고, 에두-안정환-나드손 삼각 편대가 성남의 골문을 세차게 두드리고 있었다.

수원의 거센 공세가 이어지던 후반 중반, 김학범 감독은 두 가지 결정을 하게 된다. 체력적인 부담이 염려되었던 박진섭을 빼고 조용형을 투입해 수비에서의 틈을 없애는 동시에, 최성국을 투입하며 여전히 공격 의지가 있음을 보여준 것이었다. 특히 빠르고 개인기가 좋은 최성국의 투입은 수원 수비진들이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자제하도록 만들었고, 수원의 수비가 전진을 꺼리게 되면서 공격 상황에서 효율적인 우위를 점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체력적인 한계를 노출하며 공간을 허용하기 시작하던 박진섭을 대신한 조용형은 수원의 안정환 하태균 등을 효과적으로 봉쇄했고, 최성국은 상대가 더 거센 공격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일종의 완충재 역할을 잘 행했던 것이다. 김학범 감독의 이 두 가지 선택은 적중했고, 결국 수원이 더 거센 뒷심을 발휘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두 가지 쉽지 않았던 선택의 갈림길에서 정확하고 빠른 판단으로 성공적인 선택을 했었던 김학범 감독. 성남이 이번 시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유가 바로 김학범이라는 뛰어난 감독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임을 잘 보여준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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